[우리 직장 단골집] (48)대구동부소방서 불로지역 의용소방대 더덕고을 미진

입력 2011-03-03 14:21:58

대지를 얼어붙게 했던 찬 겨울도 고개를 숙이고 봄의 화신(花信)이 손짓하고 있다. 새록새록 움트는 봄의 향기 속에 겨우내 잃어버렸던 미각을 찾아 떠나보자. 때로는 대구 인근으로 싱그런 봄바람을 맞으며 훌쩍 떠나보는 것도 기분전환으로 좋다. 틀에 짜인 일상을 벗어나 입맛도 찾고 건강도 챙겨보자.

싱그런 봄에 맞는 제철 음식으로 더덕을 꼽을 수 있다. 더덕은 이른 봄에 어린 싹이나 잎을 데쳐서 나물로 먹으면 좋다. 뿌리는 봄'가을에 캐서 고추장으로 양념해 구운 석쇠 더덕구이, 더덕 김치, 더덕 장아찌 등 다양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으며 애주가들은 더덕주를 덤으로 담가 먹기도 한다. 동의보감에 '더덕은 성질이 약간 차고, 맛이 쓰며, 독이 없고, 위를 튼튼하게 해 폐기를 보충해준다'고 되어 있다. 더덕은 애연가들에게도 좋다. 더덕에는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기침, 가래, 폐나 기관지 만성질환, 심장질환, 고혈압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건강과 맛을 함께 갖춘 더덕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더덕고을 미진'이다.

대구시 동구 파군재삼거리에서 파계사 방향으로 가다가 지묘네거리 초입의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너른 잔디마당 위로 불어오는 시원한 봄바람이 손님을 반긴다. 따스한 햇살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짓게 한다. 창가에서 봄내음과 함께 음식을 여유롭게 즐기고, 식후 야외에서 한가로이 차를 마시는 손님들의 모습은 목가적 풍경을 연출한다.

이 집은 더덕 천국이다. '더덕구이, 더덕육회, 더덕탕수, 더덕술….'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한 인상의 주인장 채근백(51) 씨가 한 상 가득 더덕 정식을 내놓는다. 먼저 더덕차를 한잔 마시니 입안이 향긋해진다. 대표 식단인 더덕 정식을 시키니 더덕구이, 더덕 장아찌, 기름치 통구이, 춘권, 흑미부꾸미, 잡채 등 11가지의 정갈한 음식이 나온다.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고추장 양념에 노릇하게 구운 더덕구이는 물론 절구에 찧은 뒤 간장 양념한 짭조름하면서도 감칠맛나는 더덕 장아찌는 입맛을 사로잡는다. 흑미 찹쌀가루로 만든 흑미부꾸미는 팥 앙금이 들어 있어 달착지근한 맛으로 아이들에게 인기다.

대구동부소방서 불로지역 의용소방대 박정우(57) 대장은 "향긋하고 쌉쌀한 더덕 맛에 매료돼 대원들과 함께 틈만 나면 이곳을 찾는다"며 더덕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이상임(51'여) 서무반장은 "이 식당에 오면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하다. 식당 음식이 아닌 엄마의 손끝에서 나오는 듯한 깔끔하고 정겨운 맛이 좋다"고 거든다. 음식마다 정갈한 맛과 정성에 젓가락이 가지 않는 음식이 없을 정도다.

특별한 손님(?)에게만 서비스로 내놓는다는 더덕주 한잔은 식사의 흥취를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더덕 정식으로 포만감을 느낄 무렵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마솥 누룽지 숭늉은 고향의 향기가 절로 난다. 호박씨, 흑미, 조에다 더덕을 가마솥에 넣어 푹 끓인 숭늉은 옛날 시골 숭늉 그대로다. 시골 된장으로 끓인 된장국은 누룽지 숭늉과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변시영(51) 부대장은 "조미료를 쓰지 않고 정성껏 만든 음식 하나하나를 먹을 때마다 행복을 느끼며 양껏 먹어도 질리지 않는 묘한 맛에 매료된다"고 칭찬을 늘어놨다.

더덕과 삼겹살의 조화로 오묘한 맛을 내는 더덕삼겹살 두루치기는 이 집의 별미로 손색없다. 새송이'당근'홍당무'마늘·파'청양고추를 버무린 초장에다 쌉쌀한 더덕, 잘근잘근 씹히는 삼겹살 두루치기는 잃어버린 미각을 되찾아준다. 더덕에 갖은 채소를 넣고 고추장으로 비빈 더덕 비빔밥도 빼놓을 수 없다. 천경애(51) 여성대장은 "가족과 오붓하게 즐기거나 계모임 등 소모임 장소로 제격"이라며 "정갈한 음식 맛에 가격 또한 저렴해 일석이조"라고 자랑한다. 산불예방, 자연보호캠페인, 이웃돕기 등 자원봉사자들이 단골로 찾아서일까 음식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가마솥더덕정식 1만3천원, 가마솥 불고기 정식 1만6천원, 더덕 비빔밥 7천원, 능이버섯술(1병) 8천원, 오리훈제 한 접시 1만5천원, 더덕구이 1만5천원, 더덕육회 2만원, 더덕탕수 1만5천원 등이다. 053)985-5700.

##추천 메뉴-가오리무침회

봄 입맛 돋우는 데는 새콤달콤하면서도 입안이 얼얼하게 매운 것이 최고다. 다양한 더덕구이가 주메뉴인 이 집에서 자신 있게 내놓는 매운 음식 중 하나가 가오리무침회다.

횟감용 가오리는 주인 채 씨가 전통시장에서 직접 구입해 사용하기 때문에 신선하다. 오이·당근·양파·쌈배추 등 신선한 채소와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상큼한 봄을 맛볼 수 있다. 입에 착 달라붙는 초장을 만드는 비결을 묻자 주인장은 비법(?)이라며 살짝 눈짓을 한다.

이 집 가오리무침회의 특색은 더덕의 감칠맛에 있다. 오돌오돌 씹히는 가오리와 쌉쌀한 더덕의 감칠맛이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가오리무침회의 매운맛은 은근히 중독성이 있으며, 입 안 가득 개운한 기운이 돌며 쫄깃쫄깃 씹히는 식감이 아주 좋다. 한접시에 1만5천원으로 3, 4명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전수영기자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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