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통] 美 중년층 관객 입소문의 힘

입력 2011-03-03 10:19:13

나탈리 포트만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블랙 스완'(사진)의 제작비는 1천3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할리우드 영화 평균 제작비가 4천만달러에 비하면 엄청나게 저예산 영화인 셈이다. 현재까지 '블랙 스완'은 2억달러 정도를 벌어들였다. 평단의 호평과 함께 흥행도 '대박'을 기록했다.

처음 '블랙 스완'이 미국에 개봉했을 때는 흥행이 불투명해 소규모 스크린만 확보됐다. 그러나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스크린 수도 늘어났다. 골든 글러브 수상 등 여러 상들을 수상한 것이 계기일 수 있지만, 뛰어난 작품을 확인한 관객의 호응도가 큰 힘을 주었다. 그 대부분의 관객이 이렇게 복잡다단한 심리극을 이해한 청장년층이었다.

10대와 20대가 대부분인 한국 극장가와 달리 미국에서는 극장가를 찾는 중년 관객들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뉴욕타임스는 최근 몇 달 사이에 상영된 '소셜 네트워크', '킹스 스피치', '블랙 스완', '더 브레이브', '파이터' 등이 흥행에 성공하고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게 된 배경에는 중년 관객들이 대거 몰린 요인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물론 극장가를 찾는 중년 관객의 비율은 아직 높지 않은 상태이다. 미국 전체 인구 중 50세 이상 인구가 32%이지만 영화 관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1%에 불과하다. 하지만 극장을 찾는 중장년 세대의 수는 1995년 이후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95년 극장을 찾은 50세 이상 관객은 2천680만 명이었으나 작년에는 4천490만 명으로 증가했다. 50대 이상 관객이 전체 영화 관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19%에서 작년에는 21%로 다소 상승세를 보였다.

중장년 관객들이 늘기 시작한 배경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퇴조'(?)가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태어난 7천8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여가가 늘고, 오랫동안 잠재해 있던 영화에 대한 열망이 다시 살아나면서 극장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58살의 중년배우 리암 니슨이 열연한 '언노운'의 관객 중 절반이 50대 이상이었다. 또 편안한 좌석의 최신시설과 함께 탄탄한 구성의 작품성 높은 영화들이 선보이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킹스 스피치'와 '소셜 네트워크'에 그레이 관객들이 많이 찾은 것은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아직까지 10대의 감수성에만 목을 매는 한국 영화계에 자극이 되었으면 하는 현상이다.

김중기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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