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 대구 프로 스포츠, 분발하고 분발해야

입력 2011-03-03 10:52:41

대구 농구 팬들이 대구 오리온스 때문에 자존심이 무척 상해 있다. 이 지리멸렬한 팀은 패배를 밥 먹듯이 하고 있다. 지고 또 지고 이기고 있다가도 진다. 초반에 여유 있게 앞서 나가다가도 3쿼터나 4쿼터에 어김없이 추격을 당하고 박빙의 승부에서 손쉽게 패배를 선택한다. 1일 7연패를 당해 이 팀이 처한 상황에서 세울 수 있는 이번 시즌 팀 최다 연패 기록을 울상 짓는 팬들에게 안긴 뒤 11승 37패로 변함없이 최하위에 처져 있다. 오리온스는 리그 종료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확고히 머물러 있는 꼴찌 자리를 내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농구와 배구 시즌이 종착점을 향하면서 축구와 야구가 기지개를 켜며 교차하는 3월은 스포츠 팬들에게 설레는 달이다. 겨울철 실내 스포츠가 옥외 스포츠에 주류 스포츠의 자리를 내주면서 스포츠 팬들의 마음은 새 시즌에 대한 기대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러나 대구의 스포츠 팬들은 오리온스의 일관된 졸전으로 끓어오르는 실망과 분노를 대구FC와 삼성 라이온즈의 새 시즌에 대한 기대로 대치하고 있다.

오리온스는 4년 전까지만 해도 승리의 달콤함을 즐기던 팀이었다. 오리온스는 1998-1999시즌에 어느 팀도 넘보기 힘든 3승 42패의 기록으로 확실한 동네북 노릇을 한 뒤 김승현과 마르커스 힉스, 전희철과 김병철이 맹활약하던 2001-2002시즌과 2002-2003시즌에 연거푸 1위에 올랐고 이후에도 3~6위의 중상위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오리온스는 10위, 9위, 10위로 시즌을 마쳤고 올 시즌도 최하위가 확실해 보인다. 패배에 너무나 익숙한 팀으로 전락했고 상대 팀들의 승수를 챙겨주는 프로농구의 삼미슈퍼스타즈가 되어 버렸다.

오리온스의 총체적 난국은 구단의 안일함과 무능력, 사령탑의 한계, 외국인 선수의 부진과 선수들의 무기력함 등 어느 하나의 요소도 빠질 것 없이 어우러진 불협화음의 결정체다. 이 구단의 심용섭 단장은 비난의 정점에 있다. 지난해 프로농구계를 강타한 이면 계약 파문을 주도했고 이면 계약 파문의 당사자인 김승현과 갈등을 빚자 그에게 임의 탈퇴 처분을 내려 팀 분위기를 해쳤다. 또 사령탑도 자주 갈아치워 팀의 안정감도 떨어뜨렸다. 그는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기피하고 독선적이라는 평가도 듣는 '불통 단장'이기도 하다. 오리온스 구단 홈페이지에는 그에 대한 비난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김남기 감독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는 선수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플레이를 펼치더라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덕장이긴 하나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팀 전체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능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잦은 패배에 이골이 난 그들은 투지를 잃어버렸고 패배 후에도 덤덤한 모습을 보여 선수들만은 아끼게 마련인 팬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하고 있다. 진정한 팬이라면 팀이 어려울 때에도 격려를 보내야 하지만 지금의 오리온스에 대해서는 신랄한 기분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오리온스에 대한 실망은 새 시즌을 맞는 대구FC와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기대로 옮겨 간다. 대구FC 역시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 최하위권에서 헤맨 팀이다. 때로 무기력한 모습도 보였으나 위로 치고 올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팀이다. 2013년부터 프로축구 승강제가 실시되는데 지금처럼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2부 리그로 떨어지게 된다. 시즌을 앞두고 뛰어난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김재하 대표이사가 새로 선임됐고 팀 개편 작업도 마치면서 의욕을 보이고 있으니 선전을 보여줄 일만 남았다.

그나마 대구 팬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역시 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겪었다. 대표이사가 새로 부임했고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류중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전임 선동열 감독은 뛰어난 감독이었으나 결정적 승부에서 승부욕을 보이지 못했다. 구단 프런트 수뇌부와 감독 교체 과정에서 삼성 구단은 전격적이면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구단의 입김이 팀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를 안겨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구단 프런트와 팀이 조화를 잘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공격적인 야구로 변모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

金知奭(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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