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국 외교 24시/이승철 지음/부키 펴냄

입력 2011-03-03 07:20:07

20년 외교현장 누빈 현직기자의 '한국외교 리포트'

1991년 외무부 출입기자를 시작으로 줄곧 한국의 외교현장을 지켜본 현직 언론인이 우리나라 외교의 고질병을 고발하는 책을 출간했다. '한국외교 24시'는 김영삼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한국 외교의 구조적 문제를 짚고 있다.

1부에서는 우리 외교의 고질적 문제로 국내용 외교, 이벤트성 외교, 실리보다 의전을 중시하는 형식외교를 다룬다. 2부에서는 외교부의 폐쇄성과 엘리트주의, 외교부 예산과 인력문제, 외국어 구사력 실태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짚어본다. 3부에서는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는 G2(미국'중국) 외교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주요 쟁점들을 되짚어보고 있다.

지은이는 국내 정치상황을 겨냥한 대표적 외교로 2010년 11월 열린 G20 정상회의를 꼽는다. 이 행사를 전후해 정부는 요란하게 홍보하고 평가했지만 1박 2일의 국제회의 한번으로 국운이 상승하고 올림픽 1회 개최와 맞먹는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수사는 사실상 국내용 의미 부여였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잦은 국제행사에 대해 '효과는 짧고 부담은 긴 외교'라고 평가한다. 2002년은 한'일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2년 여수 엑스포,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등 상당수는 결국 지방자치단체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그 예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한'일 월드컵 때 건설된 각 지방의 월드컵경기장 등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벤트 외교가 중앙 및 각 지방정부에 장기적인 재정부담을 가져오고,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또 외교부가 엘리트 의식과 폐쇄적 관료주의 의식이 강하다고 비판한다. 같은 외교부 안에서조차 이른바 '출신'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외무고시 출신이 아닌 사람은 본부장에서 국장급까지 승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외시 순혈주의'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향후 G2 외교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외교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중심에 두고 펼쳐왔다. 그러나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미국과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G2 외교'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지은이는 "미국은 상당기간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일 듯하다"면서 "최근 중국의 군사력 강화 추세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한'미'일과 북'중'러의 '신냉전 기류'에 휘말릴 수 있음을 경계한다. 그러나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미국이 골치를 앓고 있고, 북한 핵문제까지 있는 만큼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경제 문제에서는 미국과 동맹이나 공조 같은 것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지은이는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08년 5월 27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합의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최고수준의 관계로까지 의미를 부여했지만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 때 보았듯 중국은 북한을 염두에 두고 한국을 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면서 북한의 후견국. 2009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867억달러, 수입은 542억달러로 총교역 규모는 1천409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총교역의 20.5%에 달하며, 한국과 일본의 712억달러, 한미교역액 667억달러를 합친 것보다 많다. 문제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과 중국의 경제관계는 다분히 상호보완적(한국의 기술, 중국은 값싼 노동력)이었는데, 점점 양국의 입장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에게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지만 중국에게 우리는 3위 교역국이며, 막대한 외환보유액과 기술발전으로 많은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이거나 이미 한국을 가볍게 볼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군사적 무장과 패권주의적 외교행태를 보이면서 새로운 안보현실을 제공하고 있다. 지은이는 '중국은 우리나라 외교가 풀기 어려운 과제이나 꼭 풀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다. 332쪽, 1만6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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