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성로 '태극기몹' 300여 명 만세 함성

입력 2011-03-02 10:33:38

1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1일 오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3·1절 기념 태극기몹'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당신께서 지켜주신 역사,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3·1절인 1일 오후 1시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는 태극 물결이 넘실댔다. 300여 명의 시민들이 태극기를 손에 든 채 광장을 메웠다. 아버지의 어깨 위에 올라탄 어린아이부터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어르신까지 광장에 몰려든 시민들은 3·1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대한민국의 역사 독립을 외치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8회 '3·1절 기념 태극기몹' 행사다.

2004년부터 시작해 올해 8년째 행사다. 바른 역사를 위한 청년들의 모임인 세계국학원청년단이 주최한 이 행사는 대구를 비롯해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 동시에 열렸다. 유관순 열사의 3·1만세운동 재현으로 막이 오른 뒤 '유관순 연극'이 공연되자 행사 참가자는 물론 길가던 시민들의 시선이 무대로 집중됐다. 유관순 열사 역을 맡은 연기자가 일본 경찰에게 매질을 당하자 시민들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지쳐 쓰러진 유관순 열사가 나지막이 '아리랑'을 부를 땐 다함께 목청을 높여 따라 불렀다. 극이 절정에 치달아 모든 연기자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자 광장에 모인 수백 명의 시민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호응했다.

이성연(34·여·달서구 이곡동) 씨는 "유관순 열사가 매를 맞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 '아리랑'을 따라 불렀다"며 "3·1절의 의미를 잊고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태극기를 흔드는 시민들 사이로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영국인 닉 포닌스키(26) 씨는 "영국에는 국경일을 기념하는 민간 행사가 전혀 없다. 특별한 날을 기억해 되새기는 한국인들의 열정이 보기 좋아 동참하게 됐다"며 열심히 태극기를 흔들었다.

외국인 영어 강사 이안 다우(49·스코틀랜드) 씨는 "스코틀랜드는 나라를 빼앗긴 적이 없어서 이런 행사가 없다. 한국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행사를 진행한 세계국학원청년단 대구지역 회장 박종욱(22) 씨는 "3·1절을 단순한 공휴일로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이들에게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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