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殷)을 멸망시킨 주(周) 무왕 이야기다. 은의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의 패악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간신배와 미녀 달기에 빠져 온갖 포악한 짓을 저질렀다. 연못에 술을 담고, 나무에 고기를 매달아 안주로 먹을 정도로 호사한 유희를 뜻하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이나, 기름을 바른 불기둥을 걷게 하여 태워 죽이는 포락지형(火변에 包, 烙之刑)이 나온 것도 이때다.
당시 무왕은 아버지 문왕 때부터 쌓은 덕으로 제후의 신망이 높은 최강의 실력자였다. 그런데 무왕은 주왕을 쳐야한다는 제후와 신하들의 청을 몇 번이나 거절한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후세에서는 이를 두고 천명(天命)을 알고, 기다렸다고 칭송한다. 그러나 무왕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충신과 백성은 수없이 죽어나가고 나라는 점점 쇠락했다. 그제야 무왕은 병사를 일으킨다. 나쁘게 보자면 무왕의 천명은 죽어나가는 백성에게 있었고, 이를 대의명분으로 자연스럽게 나라를 찬탈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무왕은 수많은 생명을 자신의 성공에 이용한 기회주의자였던 셈이다.
그나마 무왕은 쿠데타에 성공한 뒤, 선정으로 백성을 구제해 800년 동안 장수한 주 나라의 기틀을 세워 성군(聖君)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의 독재를 타파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움켜쥔 뒤, 오히려 더 지독하게 국민을 억압하는 독재자가 너무나 많다. 무왕은 천명을 기다렸지만 이들에게는 오직 광적인 권력욕만 있을 뿐이다. 이들이 지배하는 나라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대개 빈민국이다. 하지만 최고위층은 선진국의 재벌도 상상하기 힘든 호사를 누린다. 독재자를 비롯한 일가친척이 거의 모든 부를 독점하고, 부정부패가 심한 것도 공통점이다.
요즘 리비아가 시끄럽다. 40년 넘게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카다피 때문이다. 자신은 물론 8남 1녀의 자식이 모두 요직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전국이 전쟁 상태에 빠져 수많은 국민이 희생됐지만 카다피 일가는 권력수호에만 혈안이다. 전투기와 미사일까지 동원해 대국민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들에게도 하늘의 뜻이라는 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뜻이 리비아에도 널리 퍼지려면 아직 더 많은 피가 필요한 모양이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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