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함 잃어가는 '아파트 알뜰장터'

입력 2011-02-26 09:23:44

최고가 입찰제로 업체 선정…상인들 부담커져

아파트 단지 알뜰장터의 판매방식이 최고가 입찰제로 바뀌면서 담합,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본래 취지가 바래고 있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아파트 단지 알뜰장터의 판매방식이 최고가 입찰제로 바뀌면서 담합,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본래 취지가 바래고 있다.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아파트 단지들이 잡수입원인 파지나 헌옷 수거, 알뜰장터, 광고업체 선정 방식을 '최고가 입찰제'로 바꾸면서 아파트 주민들과 상인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알뜰장터의 경우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입찰가가 치솟아 아파트 단지 수입은 늘어난 반면 상인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었고 알뜰장터에 나온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싸고 질 좋은 제품을 가까이서 살 수 있다'는 알뜰장터의 취지가 바래고 있다.

◆상인들, 더 힘들어졌어요

이달 11일 오후 대구 중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열린 알뜰장터 운영업체 입찰에는 5개 업체가 응찰했다. 각 업체가 써 낸 입찰금은 720만원부터 2천7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최고가 입찰제에 따라 가장 많은 액수를 제시한 A업체가 임대사업자에 선정됐다. 관리소장은 "최고가 입찰제를 도입하면서 알뜰장터를 통한 아파트 수입이 크게 늘었다"고 좋아했다.

지난해 9월 국토해양부는 공동주택 관리규약을 개정하면서 알뜰장터나 파지·헌옷 수거, 광고 등 아파트 단지가 연 200만원 이상 돈을 내는 업체를 선정할 때는 '최고가 입찰제'로 하도록 규정했다.

낙찰 업체는 영세 노점상들과 '팀'을 꾸려 장사를 하고 각 상인들로부터 회비 명목으로 일정액을 받는다. 그러나 낙찰가가 오르면서 회비도 덩달아 올라 장사를 하는 노점상들의 부담이 커졌다.

한 노점상은 "예전엔 하루 2만~2만5천원만 아파트에 내면 장사를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중개업체에 회비 명목으로 하루 3만~3만5천원을 내야 한다"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돈을 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부 업체, 알뜰시장 독식

자금력을 앞세운 일부 업체들이 높은 입찰가로 알뜰시장을 싹쓸이하면서 영세 노점상들에게 높은 사용료를 받고 있다. 또 업체끼리 짜고 최고가와 2순위 입찰가를 써내 타 업체의 낙찰을 막은 뒤, 최고가를 써낸 업체가 낙찰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2순위 업체에 넘겨주는 담합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최근 대구 중구 모 아파트 단지는 최고가 낙찰자가 입찰을 포기해 재입찰 공고를 내기도 했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입찰 자격을 500가구 혹은 1천 가구 이상 아파트 3곳 이상에서 장터운영 실적 업체 등으로 제한하는 바람에 대형 업체들의 과점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나친 입찰가 상승은 '싸고 질 좋은 제품을 가까이서 살 수 있다'는 알뜰장터의 취지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장사를 하기도 전에 회비 명목으로 부담을 안은 상인들이 이윤을 남기기 위해 가격을 올리거나 질 낮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

아파트사랑시민연대 신기락 대표는 "아파트 관리의 투명화를 위해 입찰제는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과당 경쟁으로 일부 업체가 독식할 경우 질 낮고 비싼 제품이 유통될 수 있다"며 "무조건 최고가만 고집하기보다는 좀 더 세밀한 업체 선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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