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 간판 상호] 소비자 눈에 딱·귀에 쏙~

입력 2011-02-24 14:42:53

잘 지은 '이름표' 하나 광고 열 번 안 부럽다?

이름이 사람에게 첫 인상을 심어주듯 상호도 가게의 얼굴이다. '잘 지은 상호가 열 번 광고보다 낫다'처럼 상호를 잘 지으면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소비자의 뇌리에 강렬하게 인식시켜 눈에 착 달라붙도록 지어야 한다. 또한 친근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상호도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요즘은 상호도 '금강산'처럼 명사 위주에서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문장화되고 있으며, 상호를 명확하게 해주는 캐릭터를 넣은 가게들도 늘어나고 있다. 톡톡 튀는 상호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봤다.

◆재미있는 상호, 기발한 상호

"무역회사 영업사원 김 대리는 오늘도 달리며(?) 세계 일주를 한다. 손님 접대를 위해 1차로 '나고야'에서 일식으로 간단한 식사와 사케(정종)를 한잔 하고 2차로 '쿠바'에 들러 양주를 마시며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자, 3차로 '카타르' 주점에서 넥타이를 머리에 두르고 오늘도 망가진다. 다음날 속도 풀 겸해서 중국집 '진짜루'에서 짬뽕을 배달시켜 먹고 오후에 잠깐 시간을 내 '빤스 터미널'에 들러 아내에게 선물할 속옷 세트를 구입했다. '아파트 파는 남자'에 전화를 걸어 2년 전 구입한 아파트 시세도 확인한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홍천 스키장에 갈 요량으로 '이노무스키'에 들러 스키 장비를 빌리고 오랜만에 '뼈대 있는 집'에 들러 뼈다귀 해장국을 먹어 볼 참이다."

만화 같은 이야기 같지만 현실이다. 거리 곳곳에는 재미있고 기발한 상호가 넘쳐나고 있다.

젊음의 열기로 넘쳐나는 대학가 주변에는 기발한 상호가 즐비하다. 계명대 성서캠퍼스 동문과 로데오 거리에 가면 오빠 달려(호프집), 삼시세때 돼지국밥(식당), 난리났넷PC(피시방), 숯불1막2창(조개구이집), 탕도령 찜낭자(탕'찜 전문점), 주구장창 반반찜닭(치킨집)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상호가 눈길을 끈다.

경북대 북문 뒤쪽 식당가에는 고깃집으로 돼지가 불 만난 날, 시집 안간 암돼지, 김병만의 달인 갈매기가 있다. 똥꼬 패밀리, 술 취한 산오징어 등도 눈길을 끄며 옛 추억을 연상시키는 짱구야 학교 가자, 연탄구이 전봇대, 미스찰보리밥 등이 눈길을 끈다. 상동에 가면 야간국민학교(구이집)란 추억의 상호도 있다.

재미있는 치킨집 상호로는 '북한은 빼고 남한에서 제일 맛있는 치킨'이란 문구를 단 부어치킨, 또래오래(또래끼리 오래도록), 파닭(닭이 파닥거리는 모습 연상), 굽네치킨, 구워조은닭, 오꾸닭(오븐에구운닭), 위풍당닭(위풍당당을 패러디) 등이 재미있다.

기발한 상호로는 이쁜찐빵놀랄만두하지(분식집), 버르장머리(미용실'이곳에 가면 단번에 버르장머리 있는 놈이 된다), 진짜루(중국집), 코바코(음식점), 바뷔치(밥+샌드위치), 고칠래요 마출래요(수선집), 첫눈愛안경(안경점), 타이어 신발보다 싼집(타이어 가게) 등이 있다. 화투장 중 구열과 일광을 간판에 넣은 구삐酒막, 짜증날 때 가슴에 확 와 닿는 속에천불청송얼음막걸리 등도 재밌다. 개그 프로그램 '달인'의 이름을 딴 똥집의 달인, 공짜폰의 달인, 산오징어의 달인, 이창명의 자장면 시키신 분 등 시대의 유행에 민감한 상호도 쏟아지고 있다. 한편 상호가 긴 경우는 17자로 만든 '조용한 집 찾으려다 열 받아서 내가 차린 집'이다.

◆사투리, 외래어 상호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눈길을 끄는 상호도 많다. 오메가메, 돈주로, 와주리 등의 술집은 오며가며 많이 들러달라는 것을 사투리로 지어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그 외 떡마니떡볶이, 한사바리(분식집), 새떼치킨&꾸버불라(치킨집), 다이소(생활용품점), 까꼬뽀꼬(미용실), 윽수로 오래된 집(휴대폰 판매점) 등이 있다. 영어나 일어를 사용하는 상호도 곳곳에 넘쳐나고 있다. 특히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대구방송 뒤쪽에 가면 야끼도리 아지겐, 토나리, 쇼부, 신주꾸, 도모 등 일본 선술집 상호가 즐비하다.

◆명확한 상호, 서정적인 상호

상호는 업종을 명확하게 표현해 주는 것이 좋다. 총명한의원, 코앤키한의원, 코끼리한의원, 속시원내과, 인정대포집, 김밥천국, 안동찜닭, 빨간떡볶이, 동궁조개타운, 손만두찐빵, 깜장머리 등은 상호만 봐도 업종을 알 수 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의 가요 '봄날은 간다'를 연상시키는 봄날은 온다(구이집), 커피가 예쁘다(커피숍) 등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상호이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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