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은퇴 요구 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한나라당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정계 은퇴를 요구, 한바탕 소란이 이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대정부질문도 아니고 국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특정 정치인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국회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박 원내대표가 이 전 부의장 공격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예산국회 때도 경상북도의 예산을 두고 '형님 예산'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죄었고, 대구경북과 울산이 함께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에 나선 것도 '형님 벨트'라고 주장하면서 끈질기게 '형님 마케팅'을 구사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까지 이 전 부의장을 물고 늘어진 것에 대해 '노이즈 마케팅'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에 '복지' 이슈를 선점 당한데다 '개헌' 논의까지 여당에 내주게 되자 '이 전 부의장 은퇴카드'를 다시 내놓으면서 여권 분열을 꾀하는 동시에 여론의 관심을 끌기 위한 '진흙탕 정치'의 하나라는 해석이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박 원내대표의 연설은 형님만을 겨냥한 1차원적 연설이고, 형님만을 악용한 노이즈 마케팅이었을 뿐"이라며 "지난 연말 국회를 폭력으로 물들이고 동료 의원들의 출입도 막은 민주당이 반성도 사과 한마디도 없이 남의 탓만 늘어 놓았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박 원내대표의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5월로 원내대표 임기가 끝나는 그는 당 대표직을 노리고 있다. 대선 출마를 위해 손학규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할 경우, 그 자리를 이어받겠다는 그로서는 사실상 마지막이 될 이번 국회 본회의장 연설을 통해 야권 지도자로서의 강한 인상을 심어주겠다는 의욕이 앞서 '형님'공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최근 '개헌'과 '4·27 재보선'을 놓고 한나라당 친이계가 갈라지고 있는 형국을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함께 내일로' 등 이재오계가 개헌드라이브를 걸고 나선데 대해 SD계(이상득계)가 관망하면서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는데다 특히 경기도 분당을 재보선에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서려 하자 당내 제세력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 등을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의 공세에 대해 한나라당은 한목소리로 대응하고 나섰다. 이병석 의원이 연설 도중에 박 원내대표를 향해 "당신이나 은퇴해"라면서 항의에 나섰고, 강석호·권택기 의원도 "이게 대표연설이냐"며 각을 세웠다. 이는 지역의원이자 친이계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한 대응이었다.
친박계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까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십년된 포항의 SOC 숙원사업 예산에 대해 올해 SOC예산의 3분의 2를 가져간 충청·전라권이 '형님 예산'이라고 호도하고 맹공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는 당 지도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고 성토하면서 '이상득 보호'에 나섰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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