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4와 5의 최소공배수는 20이다

입력 2011-02-23 10:53:40

초등학교 수학문제다. 4와 5의 최소공배수는? 정답은 20이다. 두 가지 행사가 각각 4년마다 5년마다 치러진다면 같은 해에 한꺼번에 일어나는 경우는 20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온다는 말이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총선이 4년마다 있고 대통령선거는 5년마다 치러진다. 두 선거가 같은 해에 치러지는 경우는 20년마다 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로 탄생했다. 1992년에는 14대 총선과 14대 대선이 3월과 12월에 각각 치러졌다. 현행 헌법 아래서 처음으로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른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째가 되는 2012년은 두 번째로 총선과 대선을 한 해에 치르게 된다. 19대 총선이 4월, 18대 대선이 12월에 치러진다.

벌써부터 내년의 '국가지대사'(國家之大事)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질문들이 이어진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기세가 계속돼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찰 것인가', '여권이 친이계와 친박계로 분열되지는 않을까', '사분오열된 야권이 단일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등…. 누구도 확답을 할 수 없다. 언제나 대선은 흥미진진한 빅 이벤트다. 참여자에게는 피를 말리는 싸움이고 구경꾼에게는 한 편의 살아 숨 쉬는 드라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일반인들의 관심이 총선보다는 대선에 더 쏠리는 반면 국회의원들과 그 주변은 대선보다 총선에 더 관심이 많다. 시간적으로 먼저 닥치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이 걸려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일색인 지역의 정치적 특성상 의문점은 이런 것들이다. '공천 물갈이의 폭은 얼마나 될까', '새 얼굴은 얼마나 등장할까', '현역 의원들의 생존율은 얼마일까', '무소속 돌풍은 불 것인가' 등이다. 이 또한 성급하게 답을 할 수 없는 문제다. 최근 신공항과 과학벨트 등 민감한 현안을 둘러싸고 현역 국회의원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그렇다고 참고자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과거의 역사다.

시계추를 20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미래를 알기 위해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은 언제나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1990년부터 1992년 12월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살펴보면 2012년 정국을'감히'점쳐볼 수도 있지 않을까.

1990년 독자적으로 정국 운영이 불가능했던 집권 여당인 민주정의당과 YS의 통일민주당, 그리고 JP의 신민주공화당이 합당을 통해 민주자유당이라는 218석의 거대 여당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민정계와 YS 민주계 사이에 계파 싸움만 벌이다가 1992년 총선에서 149석으로 원내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총선 전과 비교하면 68.3%의 규모였다. 민자당이 자체적으로'감점'을 당한데다 무소속의 선전과 통일국민당의 대약진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대선 정국도 순항하지는 않았다. 민자당내 민정계 일각의 이탈과 신당 창당,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의 출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결과는 '우리가 남이가'를 앞세운 민자당 김영삼 후보의 당선이었다. 이 과정에서 YS 대세론으로 몸을 옮겨 싣는 민정계의 민주계로의 '투항'이 일어났다. 통일국민당의 상승세가 무서웠지만 제3의 대안이 되지는 못했다.

시계를 현재로 다시 맞춰보자. 170석이 넘는 거대 여당 한나라당의 내부도 조용하지 않다. 18대 임기 내내 시끄러웠다. 친이와 친박은 20년 전 민정계와 민주계처럼 으르렁댄다. 박근혜 대세론이냐, 아니냐의 논란도 20년 전의 YS 대세론과 닮았다. 그에 앞서 열리는 19대 총선에서의 현역 국회의원 물갈이 전망도 고개를 든다. 당내의 심판이라는 공천과 민심의 심판이라는 선거, 이 두 단계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인사들이 속출할 것이다. 20년 전의 비율을 적용하면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확보할 의석수는 117석 정도다. 호사가들의 입담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최근 분위기가 한나라당에 그리 좋은 것 같지 않다.

총선과 대선이 겹친 20년 전의 일들을 돌이켜 보는 것은 두 선거가 다시 겹치게 되는 2012년 국가지대사 관전법으로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강추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하지 않는가.

이동관(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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