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입력 2011-02-22 10:21:24

개헌 논의를 위한 한나라당 내 '내홍'이 동상이몽(同床異夢)을 넘어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번질 모양새다. 논란을 빚어온 개헌 특별기구는 최고위 산하에 두는 것으로 정리됐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이 여전히 논의 자체조차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은 21일 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도중 국회 정론관으로 내려와 기자회견을 갖고 "개헌은 민생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당 지도부가 민심이 아니라 다른 것을 두려워하면 스스로 지도부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영화 '친구'의 대사를 인용,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라고도 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 등이 특별기구의 최고위 산하 설치에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아 기구 운영은 정책위에서 맡는다는 절충안으로 결론이 났다.

청와대도 개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당 주류와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날 재외공관장 전체회의에 참석, "개헌 토의를 주도하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각자 정치적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해석을 하니까 국회에서 동력을 많이 상실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의 생각은) 개헌을 이번 정부 임기 내에 하겠다는 것보다는 그러한 토의를 한번 해서 대한민국이 어떤 것을 지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국민 공감을 다져가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개헌 특별기구의 최고위 설치를 강하게 반대했던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특별기구 구성에 대해 최고위냐, 정책위냐를 두고 지도부가 분열상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나는 찬성도, 반대도 아닌 묵인"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개헌 전도사'를 자임해온 이재오 특임장관 역시 "개헌은 이제 내 손을 떠났다. 이제는 특위에서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개헌론이 한나라당 내 특별기구 설치에까지는 이르렀으나 여전한 이견으로 향후 추동력을 확보할지는 불확실하다. 여권 내 개헌파는 24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개헌 필요성을 적극 강조하고, 야당 내 '개헌 호응론자'들과의 접촉을 강화할 태세이지만 아군 확보가 쉽지않아 보인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친박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반쪽 기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도 개헌 논의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