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연장 들여다보기] ⑦동구문화체육회관

입력 2011-02-22 07:39:18

비수기엔 소극장 전환…동구에도 연극꽃 활짝

대구 동구 지역은 오랫동안 문화활동에서 소외되어 왔다. 그만큼 구민(區民)들의 문화에 대한 목마름이 강했다. 동촌유원지에 위치한 동구문화체육회관(관장 금동엽'사진)은 7년 전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탄생해 지금은 동구뿐 아니라 대구의 주요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했고 침체에 빠져있던 유원지 활성화에도 한몫 톡톡히 했다. 동구문화체육회관은 올해에도 히트작인 '블랙박스' 시리즈를 공연하고 클래식 공연 비중을 늘리는 등 다양한 공연'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트레이드 마크 '블랙박스'

동구문화체육회관은 다른 공연장에 없는 독특한 무대가 있다. 바로 '블랙박스'(black box) 극장이다. 블랙박스 극장은 지난해 처음 시도돼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동구문화체육회관은 대극장밖에 없어 연극이나 소규모 뮤지컬을 무대에 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주무대가 넓은 것을 활용해 무대 자체에 하나의 소극장을 만들었다. 무대의 방향을 후 무대 쪽으로 향하도록 하고 후 무대에는 대극장 객석 방향으로 180석 정도 설치한 것. 금동엽 관장은 "공연이 많지 않은 비수기에 대극장을 블랙박스 극장으로 변형해 활용했는데 관람 환경이 상당히 쾌적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동구 지역에 소극장이 없어 평소 연극을 관람하기가 쉽지 않았던 동구민들에 호평을 받았다는 것.

올해에도 연례 프로그램으로 2월 말과 3월 초에 걸쳐 블랙박스 극장을 활용한 공연을 선보인다. 대구극단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의 하나로 26일부터 매주 토'일요일에 연극 '오, 마이 갓! 파더'(26'27일)와 '나무꾼의 옷을 훔친 선녀'(3월 5·6일), 그리고 뮤지컬 '미용명가'(3월 12·13일)를 초청해 무대에 올린다.

◆복합문화공간 장점 잘 살려

동구문화체육회관은 수성아트피아나 계명아트센터와 달리 전문예술공연장이 아니다. 1천165석의 대극장을 갖춘 공연장 외에 예식장과 수영장, 헬스장 등을 갖추고 있다. 회관 측은 이들 부대시설들을 민간에 위탁해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문화강좌 운영은 지역의 문화회관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동구문화체육회관 전시기획 담당 류종필 씨는 "100개 강좌, 220개 타임에 매월 2천여 명의 회원들이 수강하고 있으며 특히 단골들이 많다"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에다 백화점 강좌보다 20~30% 저렴한 수강료, 6대의 셔틀버스가 동구 지역을 수시로 돌아 접근성이 좋은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동구문화체육회관이 경영수지율(총지출에 대한 수입 비율)이 지역 공연장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은 이 같은 부대시설과 문화강좌의 활성화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연장에서 공연 외에 이것저것 너무 많은 것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 관장은 구립 문화회관의 정체성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비판이라고 했다. 금 관장은 "구립 문화회관의 설립 목적은 구민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하는 것이다. 공연 관람도 중요하지만 문화강좌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구나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 고급예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모든 구민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저렴한 공연과 다양한 시도 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클래식 비중 높인다

동구문화체육회관의 대극장은 규모가 커 다양한 공연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올해는 클래식과 재즈 음악의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상주단체와 지역의 연주단체를 중심으로 친근한 클래식 레퍼토리로 구성된 음악회를 여러 차례 연다는 것이다. 또 상주단체와 공동으로 제작하는 공연물도 무대에 올린다. 5월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이탈리아 오페라 '벌거벗은 임금님'을 공연하고 바로크 오페라인 프랑스 작곡가 샤르팡티가 작곡한 '악테옹'과 영국 작곡가 퍼셀의 '디도와 에네아스'를 공동 제작해 공연하는 것. 5월에 러시아 민속 오케스트라, 7월에 모나코 왕실 소년 합창단을 초청하고 11월에는 캐나다 다이나모 극단을 초청, 영어 연극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섭외 중이다.

대구세계육상경기대회 기간 중에는 지역민과 외국인들을 위해 친근한 클래식 음악과 소연극물을 야외공연장과 놀이마당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전시의 경우 '팔공산예술인회 초대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기념하는 '야외환경조형전' 등이 계획돼 있다. 금 관장은 "앞으로 좀 더 많은 시민들이 문화적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다양성과 경제성을 염두에 둔 공연과 전시를 많이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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