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오키나와 리포트] 연습생 투수 명재철

입력 2011-02-19 08:56:36

겨울 땀방울로 '신고 선수' 신화 쓴다

신고선수 자격으로 삼성 전지훈련에 참가한 명재철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최두성기자
신고선수 자격으로 삼성 전지훈련에 참가한 명재철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최두성기자

신인들에게 전지훈련은 프로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자 실전 무대에서 뛸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가름하는 테스트 무대다. 기회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도 않는다. 상위 지명을 받은 선수 중 특별한 부상이 없는 선수에게만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 중인 삼성 라이온즈의 전지훈련 참가자 명단에는 낯선 이름이 있다. 투수 명재철이다. 그는 2011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8개 구단으로부터 호명을 받지 못했다.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명재철의 신분은 소위 연습생이라 불리는 신고선수. 정식으로 계약을 맺은 신인들도 참가하기 어려운 해외 캠프에 부름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의미다. 그래서 명재철의 각오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주목받지 못한 프로무대의 출발이지만 기필코 등 뒤에 새겨진 '명재철'이라는 이름을 야구장 가득한 함성으로 채우고 싶습니다." 한양대를 졸업한 명재철은 삼성의 전지훈련 참가까지 두 번의 행운을 잡았다. 프로구단으로부터 호명을 받지 못한 그날, 고개를 떨어뜨리며 쓸쓸히 돌아선 그에게 삼성은 "운동을 계속해보자"며 제안을 했다. 정식으로 계약을 맺지는 못하지만 야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뻐 단번에 승낙을 했다.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불리지 않았을 때 더 이상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수 없다는 암담함이 마구 밀려왔어요. 좀 더 잘하지 못한 게 너무나 후회됐습니다."

178㎝ 92㎏의 다부진 체격조건을 가진 명재철은 인천고 시절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때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고2 때 받은 수술 경력과 한양대 진학 후 중위권에 머물던 팀 성적과 맞물려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대학 때 최고 구속 144㎞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갖고 있었으나 중요한 순간 컨트롤이 무너지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스카우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삼성 이성근 운영팀장은 "충분히 지명받을 만큼 좋은 공을 가지고 있지만 시합에서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고 운동에 대한 열성이 다소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았다"며 "하지만 가능성은 내재된 선수라 평가해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그가 헤쳐 가야할 앞길은 막막했다. 그런데 뜻밖의 마무리훈련 참가 통보가 날아왔다. 명재철에게는 야구인생의 끝자락에서 잡은 동아줄 같았다. 명재철은 야구만 생각했다. 그를 지켜본 코치진은 전지훈련을 통해 명재철의 가능성을 다듬어보기로 결정했다. 꿈도 꾸지 못했던 오키나와행 티켓을 받아드는 순간, 기필코 실력을 검증받겠다는 각오가 생겼다. 공 하나를 허투루 던지지 않았고, 최선을 다해 연습에 임했다. 덕분에 직구 최고 구속이 140㎞ 초반까지 올라왔고 공 끝이 좋다는 칭찬도 듣게 됐다. 허삼영 전력분석원은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에 후한 점수를 받고 있어 6월에는 정식 선수로 등록해 프로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테스트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명재철은 겨우내 흘린 땀방울이 큰 무대에서 결실을 이루게 해줄 것이라 믿으며 일본 오키나와에서 '신고선수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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