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찍는다고 이빨까지 부러뜨렸는데" 성서 개구리 소년 소재 영화
"범인 꼭 잡기를…, 전 사회적 책임을 가진 배우이자 아이를 잃어버릴 수 있는 나약한 시민입니다."
17일 개봉된 영화'아이들'의 주연배우 박용우(40)는 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이런 소감을 밝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기에 그는 더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느꼈으며, 누구나 자신의 아이를 지키지 못하는 나약한 소시민이 될 수 있음을 절감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살인의 추억', 이태원 햄버그 가게에서 일어난 살인사건도 '이태원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다. 이제 대구 성서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차례가 온 것이다.
대구의 이 미제 사건이 이규만 감독의 집요한 자료수집과 근성 있는 탐구정신으로 사건 발생 딱 20년 만에'아이들'이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1991년 3월 당시 개구리를 잡기 위해 산으로 올라간 성서지역 5명의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무참하게 살해됐다. 특히 한 명은 엄청난 고통 속에 숨져갔다. 범인을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아직도 떠돌고 있을 그 원한은 반드시 풀어줘야 할 우리 사회의 몫으로 남아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해한 배우 박용우의 사회적 책임과 나약한 시민에 대한 언급은 기자에게도 공감으로 다가왔다. 이규만 감독을 통해 인터뷰 섭외를 한 그를 대구 시사회와 서울에서 두 번이나 만나 이번 영화에 대한 기대와 배우로서의 매력을 동시에 살펴봤다.
◆영화가 진실 밝히는데 도움됐으면
영화 '아이들'은 범인을 추적하는 구도로 짜여져 있다. 한 아이의 부모(성지루·김여진 분)가 가장 먼저 의심을 받게 되고, 이후에는 사이코패스에 의한 치밀한 타살로 반전이 이뤄진다. 하지만 배우 박용우는 이규만 감독과 영화 제작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눴던 사실과 군부대에 대한 촬영분이 빠졌음을 언급했다.
그는"제 역할이 이 사건을 파헤치는 방송국 PD 역할이었기 때문에 타살에 대한 여러 가지 개연성을 열어놓고 진실을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규만 감독이 인터뷰 마지막에 다시 한 번 정리를 해 줬다."영화 러닝타임도 있는데다 유골 발견 이후 군 사격에 의한 타살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빠진 것입니다."
대구 시사회에서 배우 박용우와 류승룡, 성지루와 잠시 팬미팅을 한 뒤, 본 이 영화는 서사적 느낌이 강한 미스터리 스릴러물 영화였다. 사이코패스 범인으로 열연한 배우 박병은과 박용우의 격투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박병은의 살인마 눈빛은 감히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살기가 등등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마음이 무거웠다. 아이들은 얼마나 큰 고통 속에 죽었을까. 그 부모들 중에도 몇몇은 죽은 아이들이 있는 하늘나라로 갔고, 또 남은 자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박용우는 이런 다짐을 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마음이 무거운 것은 당연합니다. 전 이 영화 이후에 후폭풍이 불어 사건에 대한 전말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만약 범인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면 뉴스 인터뷰, 시사토론, 국회 출석 그 무엇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이 부러지고, 상복도 없지만
박용우는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해 상처투성이라는 말을 했다. 풀이한 즉 성경구절처럼 시련이 박용우를 더욱 단련시키고 있다는 것. 그는 숫자를 이용해 알기 쉽게 한 번 더 풀어줬다. 시련과 행운을 비율로 따지자면 예전에 8대 2에서 현재는 6.5대 3.5, 미래에는 6대 4 정도만 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아직 대스타도 아니고 진실된 배우로 제 길을 뚜벅뚜벅 가고 있을 뿐이다. 나의 에너지의 근원은 사실 칭찬이나 행운보다는 야단맞고, 냉정한 평가 속에 받은 상처"라고 털어놨다. 박용우에게 8대 2 시절은 정말 많이 힘들었고, 지금의 6.5대 3.5 시절도 힘겹다. 하지만 앞으로 0.5만 더 행운이 찾아온다면 상복도 터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자가 농담삼아 큰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 6대 4 가르마를 타고 수상 식장에 나타나라고 하자 함박웃음을 보였다.
사실 지금까지는 상복이 지지리도 없었다. 수상 경력은 춘사영화제 남우주연상, 드라마 무인시대에서 경대승 역할을 맡아 받은 남자 우수연기상 정도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는 "상복은 됐다. 묵묵하게 이 길을 가는 것이 내 행복이고, 늦은 나이지만 이제 가정도 꾸리고 2세를 잘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상복은 커녕 몸에 상처라도 없어야 하는데. 이번 영화 '아이들'에서는 이가 부러졌다.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사이코패스와의 두 번에 걸친 격투 장면에서 상대 배우 박병은의 팔꿈치에 맞은 뒤, 다음날 이가 흔들려 만져보니 뚝 부러진 것이다.
박용우는 이번 영화를 자신의 인생에 있어 남다른 작품으로 의미를 부여했다."영화를 찍으면서 저 역시 사회인이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저 역시 아이를 키우다 감당 못할 불행이 닥쳐올 수 있으며, 아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얼마나 용서받지 못할 범죄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교육자 집안의 둘째 아들
박용우는 생각보다 배우 경력이 오래 됐다. 벌써 데뷔 16년 차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대학생 시절에 TV시트콤 '오박사네 사람들'로 첫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1997년 첫 스크린 데뷔작 '올가미'를 시작으로 2011년 영화 '아이들'출연까지 20여 편의 영화에 등장했다. '쉬리', '투갑스3', '핸드폰', '혈의 누'등 대한민국 영화의 주요 배우로서의 입지도 탄탄하게 다져왔다.
어쩔 수 없는 반듯한 이미지는 집안 내력을 보니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대학 교수이며, 어머니는 고교 음악교사다. 결혼한 형은 외국에서 특급요리사로 활동 중이다. 이런 집안 배경 때문인지 그는 지적 욕구가 강하며, 모친을 닮아 음악적 재능도 갖췄다. 피아노는 베토벤까지 칠 정도로 능숙하며, 춤과 노래도 제법 한다.
자신의 별명이 '늙은이'라는 박용우는 "안성기 선배처럼 오래도록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성실하고 겸손한 배우가 되고 싶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보석처럼 빛나는 배우, '박용우'괜찮죠?"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스캔들이 거의 없고 반듯하고 젠틀하다는 이미지에 대해서는 "그래도 나이가 있는데 인생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가 없을 수는 없겠죠?"라고 더 이상의 답변은 피해갔다.
이번 영화 '아이들'이 박용우에게 남은 0.5가 더 보태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대구 많이 좋아하고, 막창도 많이 먹었습니다"
망한 영화 '스턴트맨' 촬영 고생, 깨끗한 느낌 더웠던 기억 생생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잠동초교, 잠실중학교, 휘문고, 중앙대를 졸업한 서울 토박이 박용우에게 대구는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저 사실 대구를 많이 좋아합니다. 막창도 즐겨먹고, 대구 대표음식은 찜갈비, 따로국밥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2001, 2002년 촬영 중 망한 영화 '스턴트맨'을 찍을 때, 대구에서 몇 개월 동안 온갖 고생을 하면서 머물렀습니다. 도시가 굉장히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아주 더웠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비록 그 영화는 실패했지만, 그 때 함께 고생했던 배우 박용우와 김명민, 조재현에게는 도약을 위한 실패라는 소중한 자산을 안겨준 영화입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대구 성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다룬 영화로 다시 찾은 거죠."
그는 성웅 이순신, 베토벤 바이러스 등으로 TV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던 배우 김명민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도, "스턴트맨 촬영 때 나와 김명민 모두 자신이 더 매력 있고 인지도가 높았다면 영화 촬영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책했다. 이젠 두 사람 모두 대한민국에서 이름만으로도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민들에게 이번 영화에 큰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손가락 3개(300만 명 관람)를 들며 '이 정도 기대하느냐'고 묻자, "아이고, 아무래도 많이 봐주시면 좋죠. 특히 대구에서 일어난 실화를 다룬 만큼 많은 분들이 보고 같이 가슴 아파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화는 대중을 위한 장르니까 그 나름대로 재미와 흥미를 만끽해 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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