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복주 기술연구소에 근무하는 최규택(34) 씨. 술을 개발하는 연구원답게 전통주 소믈리에와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을 갖고 있는 술 전문가다. 그는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도 취득해 명실상부한 술 전문가가 될 생각을 갖고 있다.
최 씨는 대학 다닐 때부터 애주가로 소문이 나 있었다. 하지만 금복주에 입사하면서 술 마시는 이유가 조금 달라졌다. 과거에는 단순히 술이 좋아 마셨지만 지금은 연구를 위해 마신다. 그는 술 연구를 위해 지난해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직장인에게 꿀맛 같은 주말을 반납하고 KTX로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어렵게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또 지난해 12월 26일 경희대 워커힐홀에서 열린 '제1회 전통주 소믈리에 선발대회'에 참가해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도 받았다. 농촌진흥청과 경희대가 전통주 저변 확대와 세계화를 위해 마련한 이 대회에서는 최 씨를 비롯해 12명의 전통주 소믈리에가 탄생했다. 이들은 필기시험과 블라인드 테스트 등의 과정을 거쳐 한국 최초 전통주 소믈리에 타이틀의 주인공이 됐다.
소믈리에(Sommelier)는 '맛을 보는 사람'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서 기원한 까닭에 흔히 소믈리에라고 하면 와인을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 '소믈리에=와인'이라는 등식이 깨지고 있다. 사회가 점점 전문화되면서 차 소믈리에, 책 소믈리에, 밥 소믈리에 등 새로운 소믈리에 영역이 속속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식 세계화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 대표 먹을거리인 김치와 막걸리 소믈리에를 양성하는 과정도 등장했다. 다양해진 소믈리에 세계를 들여다봤다.
◆김치 소믈리에
갖가지 김치 담그는 법을 전수하거나 특정 음식에 어울리는 김치를 추천하는 김치 전문가다. 우리 식문화를 널리 알리는 일도 김치 소믈리에의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에 김치뿐 아니라 한식에 관한 지식도 갖추어야 한다.
김치 소믈리에 과정은 세계음식문화연구원이 2009년 도입했다. 김치 소믈리에가 되려면 8주 동안 김치 담그기, 김치 종류 외우기, 재료와 보관 장소 고르기 등을 공부한 뒤 필기와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고유의 맛을 지키고 보급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때문에 교육과 시험 과정은 엄격하다.
수강생들이 8주 동안 담그는 김치는 50여 가지에 이른다. 특히 실기 전형 채점은 까다롭게 이루어진다. 레시피에 맞추면서도 개성이 드러나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청결이나 모양새도 채점 기준이 된다. 수강료는 120만원(재료비 포함)으로 만만치 않지만 음식점 주인'요리사'김치 판매업자'식품영양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양향자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이사장은 "김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지만 전문가가 많지 않다. 김치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김치뿐 아니라 김치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며 김치 소믈리에 개설 과정을 설명했다.
한편 세계음식문화연구원은 한식 세계화를 위해 된장'고추장'젓갈 등 발효식품 소믈리에 과정뿐 아니라 밥 소믈리에, 차 소믈리에, 전통술 소믈리에 과정도 개설할 예정이다.
◆채소 소믈리에
좋은 채소 고르는 방법, 맛과 영양을 파괴하지 않고 요리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전문가다. 탤런트 윤손하가 일본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채소 소믈리에는 2001년 일본에서 시작됐다. 일본 내 정식 명칭은 '채소&과일 마이스터'다. 일본에서 채소'과일 소비가 줄어들자 전문가들이 채소'과일의 효용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채소&과일 마이스터협회'를 만든 뒤 주니어 마이스터, 마이스터, 시니어 마이스터 과정을 개설한 것이 단초가 됐다.
국내에서는 일본에서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김은경(46) 씨가 일본협회의 인증을 받아 2009년 '한국 채소&과일 마이스터협회'를 설립하면서 관련 강좌가 마련됐다. 현재 국내에는 주니어 마이스터 과정만 개설된 상태로 지금까지 150여 명의 주니어 마이스터가 배출됐다. '한국 채소&과일 마이스터협회'는 올해 안으로 마이스터와 시니어 마이스터를 통합한 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주니어 마이스터 수업은 김은경 씨를 비롯해 일본 전문가들이 맡고 있으며, 시험문제 출제와 채점도 일본이 담당하고 있다. 자격증을 따려면 7회에 걸쳐 수업을 듣고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시험은 한글로 출제되기 때문에 일본어를 못 해도 상관이 없다. 수업료는 107만8천원(교재비'수험료 1회 비용 포함).
◆막걸리 소믈리에
막걸리 열풍에 힘입어 막걸리의 맛과 향을 감별하고 입맛에 맞는 막걸리를 권해 주는 막걸리 소믈리에 과정도 속속 개설되고 있다. 술평론가 허시명 씨가 운영하는 인문학습원의 막걸리학교는 2009년부터 막걸리 소믈리에를 양성하고 있다. 10주간(총 20시간) 진행되는 막걸리 소믈리에 과정은 막걸리 문화사, 내 생애 첫술 빚기, 막걸리 맛 평가 방법론, 막걸리 양조장을 찾아서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수강료 40만원(답사비 별도).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은 "막걸리 소믈리에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객관적으로 막걸리를 이야기하고 평가해 주는 술 해설사다. 지금 개설돼 있는 막걸리 소믈리에 과정은 막걸리 문화와 역사, 제조 및 즐기는 방법 등을 논의하는 초급 프로그램이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한 막걸리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어서 앞으로 심화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국특산주협회도 막걸리 소믈리에 자격검증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12주(총 36시간) 동안 막걸리 양조 원리, 막걸리 빚기, 막걸리 테이스팅, 막걸리 칵테일 만들기 등을 교육한다. 수강료는 120만원(재료비 포함).
◆사케 소믈리에
고객의 기호와 컨디션뿐 아니라 술과 함께 먹을 요리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가장 적합한 사케를 추천해 주는 소믈리에다. 일본에서는 '기키자케시'로 불린다. 한동안 국내에는 관련 강좌가 개설되지 않아 자격증을 따려면 SSI(일본사케서비스연구회)가 제공하는 일본어 강의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숭실대 경영대학원이 국제공인 기키자케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숭실대 사케 소믈리에 과정은 SSI 강좌를 한국 실정에 맞게 재편성한 것이 특징. 한국어로 된 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부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또 시험도 주관하기 때문에 시험을 보기 위해 일본을 방문해야 했던 불편함도 없어졌다.
강좌는 평일반과 주말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모두 6주 과정이며 평일반은 주 2회(화'목요일 또는 월'수요일), 주말반은 주 1회(토요일) 수업이 이루어진다. 수강생들은 총 36시간 동안 사케 제조 방법과 테이스팅, 상황에 어울리는 사케 제공 방법 등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수강료 250만원(재료비·시험비 등 포함).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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