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우리 동창회] 칠곡 동명동부초등학교 총동창회

입력 2011-02-18 10:03:53

이달 16일 열린 칠곡군 동명동부초등학교 제63회 졸업식에서 허태조 총동창회장이 4명의 졸업생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있다. 동명동부초등학교 총동창회 제공
이달 16일 열린 칠곡군 동명동부초등학교 제63회 졸업식에서 허태조 총동창회장이 4명의 졸업생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있다. 동명동부초등학교 총동창회 제공
매년 5월 첫번째 일요일 열리는 동명동부초등학교 총동창회 체육대회에서 동문과 주민들이 어울려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동명동부초등학교 총동창회 제공
매년 5월 첫번째 일요일 열리는 동명동부초등학교 총동창회 체육대회에서 동문과 주민들이 어울려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동명동부초등학교 총동창회 제공
허태조 총동창회장
허태조 총동창회장

'가산성 맑은 정기 하늘을 돌고 팔공산 험한 줄기 우리의 기상….'

산 높고 물 맑은 경북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에 자리한 동명동부초등학교는 교가 첫머리에서 보듯 산간의 작은 시골학교다. 이 학교는 1943년 5월 기남간이학교에서 정식 초등학교로 승격돼 올해로 개교 67주년을 맞았다.

동문은 이달 16일 졸업한 4명까지 1천804명에 불과하다. 재학생도 내달 입학예정인 13명을 포함해 5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학교다.

하지만 동문들이 대부분 부자, 형제·자매, 친인척 등 혈연관계로 맺어져 애교심과 애향심이 남다르다.

허태조(13회·62·전국산림보호협회중앙회 회장) 동명동부초교 총동창회장은 "1960년대와 70년대 재학생이 400여 명일 정도로 융성기도 있었다"며 "지금은 이농현상과 도시화에 밀려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모든 동문들이 앞장서 3년 내 재학생 수 1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총동창회장을 맡은 허 회장은 이를 위해 '모교 살리기 후원회'를 결성했고 지난 연말 '후원의 밤'도 열었다. 허 회장은 교사 증축과 방과 후 교육을 위한 원어민 봉사자 모집 등에 교육청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또 좋은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총동창회가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명동부초교는 최근 들어 좋은 자연환경과 수업환경에 힘입어 외지에서 들어오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고사리 손으로 만든 교정

1960년대 중반까지 동명동부초교는 판자 교실이었고 산을 깎아 임시로 조성한 운동장엔 돌이 엄청나게 많았다. 이 때문에 현재 40대 중반 이상인 동문들은 모두 막사형 슬레이트 교사 신축 공사에 동원됐다.

수업이 끝나면 남학생은 으레 삽과 괭이, 돌망태를 들었고, 여학생은 통에 모래나 흙을 담아 머리에 이고 할당된 작업을 마쳐야 했다.

한정수(29회·48) 재무국장은 "수업 후엔 냇가에 나가 모래를 파내 파인 운동장을 메워나갔다"고 했다. 박종오(26회·50) 사무국장은 "교사를 새로 짓는 동안 저학년들은 학교 근처 공동묘지에서 수업을 했다"면서 "학생과 선생님들이 노천 교실인 묘지 옆에서 비석치기, 말타기, 제기차기, 고무줄놀이 등을 했다"고 회고했다.

동명동부초교는 1970년대 후반 들어서야 지금의 콘크리트 교사를 세울 수 있었다. 당시 고사리 손으로 세운 울타리 조경수인 느티나무와 단풍나무는 모교의 상징목이 됐다.

당시 학교엔 1천300여㎡(400평)의 농사지을 땅이 있어 학생들은 4학년 때부터 콩, 보리, 벼농사를 짓기도 했다. 숙제를 하지 않거나 용의가 단정하지 못했던 학생은 화장실에서 인분거름을 퍼 농작물에 뿌리는 작업을 맡기도 했다. 겨울엔 조개탄이 모자라면 학교 주변에 지천으로 깔린 솔방울을 주워 대용 난방연료로 쓰기도 했다.

박 사무국장은 "학창시절 6·25전쟁 중 불발탄이었던 박격포탄 3발을 발견해 엿장수에게 넘기려던 순간 엿장수가 혼비백산해 달아나는 바람에 남은 엿을 공짜로 친구들과 실컷 먹었던 일화도 있었다"고 했다.

◆가을운동회는 마을대항전

동명동부초교 가을운동회는 5개동(기성1리, 기성2리, 남원1리, 남원2리, 득명리)의 마을대항전이 됐다. 학생들의 청백군 경기를 넘어 5개동 주민들의 치열한 경합의 장이자 축제 마당으로 변했다.

선수들은 자기 마을의 승리를 위해 목청껏 응원하고 관중들은 출전선수와 한마음이 돼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

이같이 열전을 벌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가을 운동회 성적에 따라 승리한 마을 학생들이 한 해 동안 자연스레 운동장 미끄럼틀, 그네, 시소 등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묵계' 때문이다.

◆학교를 빛내는 동문들

동명동부초교는 산골의 작은 학교지만 동문들이 각계에 진출해 있다. 정관계엔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전국시도연합회장 및 한나라 재정위원으로 활동하는 허태조 총동창회장을 비롯해 전상배(23회) 감사원 서기관, 김병식(24회) 대구지방법원 서기관 등이 있으며 교육계엔 임성식(23회) 서경대학교 교수, 김종세(36회) 계명대 교수 등이 있다.

언론계엔 정흥보(21회) 춘천MBC사장, 의료계엔 정흥관(22회) 포항선린병원 정형외과 과장, 류주열(25회) 동성한의원 원장, 한애자(18회) 명보약국 대표, 이영세(23회) 무지개메디컬센터 이사장 등이 포진하고 있다. 법조계엔 최호영(2회) 법무사, 채건국(27회)·손광희(35회) 변호사 등이 활동하고 있다.

재계엔 추용엽(19회) ㈜국제이엔지 대표를 비롯해 이병걸(20회) ㈜이일기업 대표, 김영택(26회) 일월건업㈜ 대표, 정재호(28회) ㈜초록들 대표, 김철호(28회) 티에스이 엘디티 CEO, 추점엽(28회) 대길금속㈜ 대표 등이 왕성하게 경영일선에 나서고 있다.

◆총동창회 연중행사

동명동부초교 총동창회는 개교기념일인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5개동 주민들과 함께 경로효친행사를 겸한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연다. 이 날은 고향 주민과 출향인사 및 동문이 모두 함께하는 지역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또 매년 12월 모교후원을 겸한 총동문 송년 친교의 밤 행사가 있으며 동문 전체의 건강을 다지는 가을등반행사도 올해부터 추진 중에 있다. 동명동부초교 총동창회는 15년 전 처음 결성됐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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