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월 새끼를 밴 탈진한 산양이 울진의 한 지정병원으로 옮겨졌다. 시설이 변변치 않아 다시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치료소인 영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죽음을 맞았다.
# 올해 1월 17일 울진에서 죽은 채 발견된 산양은 올무에 걸려 화를 당했고, 지난해 폭설로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한 산양이 건초 대신 솔잎을 먹다 위장병에 걸려 죽었다.
최고 126cm에 이르는 눈 폭탄을 맞은 울진군. 사람도 사람이지만 이곳에 사는 100여 마리의 산양이 위기다. 최근 대구환경청과 서울대의 유전자 분석 결과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에는 최소 20마리 이상의 산양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양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 I급이자,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 제217호이다. 한반도에서는 비무장지대 등에 500~600마리밖에 남지 않은 귀한 동물이다.
울진에서는 지난해 2월 한달 넘게 이어진 잦은 눈으로 먹을 것을 찾지 못한 산양 23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올해 폭설이 내려 또다시 산양의 죽음이 예고되고 있다. 폭설로 사람살기도 팍팍한 요즘, 산양을 돌 볼 겨를이 없어 더 걱정이다. 국립공원 같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공간도 아닌 울진의 산에 사는 산양은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
울진군과 환경단체, 대구환경청 등은 울진 산양 살리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울진군 문화관광과 박노선 과장과 사단법인 울진숲길 이규봉 사무국장은 "먹을거리 공급 외에는 산양을 살릴 뾰족한 대안이 없다"며 헬기를 통한 건초 공급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구제역으로 인해 자칫 모든 산양이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먹이공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산양전문가는 "겨울이 한해 두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차피 살 놈은 산다"며 "근친간 교배가 많은 울진지역 산양이 상대적으로 허약할 수 밖에 없어 다른 지역 개체와 섞어주는 것이 오히려 산양보호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울진군은 급한대로 산양이 먹이를 찾아 내려오는 금강소나무숲길 임도구간 부근에 먹이 공급 계획을 세웠지만, 이번 폭설로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아 이마저도 실행이 어렵다.
대구환경청은 최근 찬물내기 3개소를 비롯해 구수곡계곡 1개소, 덕구계곡 1개소 등 모두 5개소에 먹이급유대를 만들어 반건초와 광물질을 성형한 미네랄블록을 공급하고 있다. 또 탈진 산양을 치료할 있는 계류장을 설치하고 있다.
사단법인 울진숲길 이 국장은 "진작에 산양보호를 위해 계류장을 만들고 수의사를 확보했어야 했다"며"폭설이 내린 후 2주내에 어떤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탈진한 산양이 대거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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