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단체 갈등, 재단설립 난항
18일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참사 8주기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다. 일부 희생자의 유골이 대구 동구 팔공산 안전테마파크에 무단으로 매장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 수사가 벌어지고 있는데다 유족단체가 안전테마파크에서 추모집회를 열기로 했다가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쳐 장소를 변경하기도 했다. 추모사업의 하나로 수년 전부터 추진돼 온 재단 설립도 특정 유족단체가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계속 미뤄지고 있다.
◆추모제 장소 하루 전에 바뀌어
참사 유족들의 모임인 희생자대책위원회가 주도하는 추모집회는 지난해까지 대구 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그러나 시민회관이 리모델링 공사 중이어서 8주기 추모집회를 위한 대체 장소가 필요해지자 희생자대책위는 팔공산 안전테마파크에서 열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안전테마파크가 추모 묘역화될 우려가 있다는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면서 17일 장소를 대구 문화예술회관으로 변경했다.
이는 지난 2009년 10월 안전테마파크의 '안전 상징 조형물' 제막식을 앞두고 유골 30여 구가 테마파크 앞마당에 불법으로 매장됐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난 데다 유골 10여 구가 추가로 수목장 형태로 매장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면서 주민들이 경찰력 동원을 요청하는 등 강한 경계심을 보인 탓이 컸다.
대구시는 희생자대책위에 추모집회 장소를 대구 문화예술회관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고, 희생자대책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주민과 유족들 간 마찰은 피하게 됐다. 희생자대책위 관계자는 "추모집회를 열 대체 장소로 안전테마파크가 좋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장소가 너무 협소했고, 대구시의 요청을 받아들여 집회 장소를 바꿨다"고 말했다.
한편 불법 매장된 유골의 수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 수사가 끝나면 구청이 '이장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매장 당시 유족들이 유골을 성별 구분만 한 뒤 화선지에 싸서 묻었기 때문에 3년여가 지난 상태에서는 흙과 구분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단 설립도 난항
추모사업의 하나인 '2·18안전문화재단'(가칭) 설립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재단은 당시 모금된 국민성금 중 남은 75억원을 출연해 설립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재단설립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발기인대회를 열고 임시이사진을 구성했다. 또 최근 행정안전부에 재단설립 승인 신청안을 제출했지만 일부 서류와 민원 선해결을 이유로 반려됐다. 행안부는 현 이사진의 구성이 희생자대책위에 편중돼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이를 먼저 해결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희생자대책위 관계자는 "이사진은 추모사업추진위원회가 대구시와 협의를 거쳐 구성한 것으로 희생자대책위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며 "임시이사회를 통해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은 유족 단체들 간에 뿌리깊은 불신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대구지하철참사 관련 단체는 희생자대책위와 2·18 유족회, 부상자대책위원회 등으로 갈라져 있다. 그러나 이들은 8년 동안 반목을 거듭하며 등을 돌린 상태다. 이 때문에 추모집회도 2개 유족단체가 별도로 열어왔을 정도다.
김종도 대구시 건설방재국장은 "유족단체와 관련인들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재단 설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18일 8주기 행사가 끝나는 대로 유족 단체들을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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