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우환미술관을 유치하는 이유

입력 2011-02-16 08: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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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1일 대구시가 '이우환과 친구들' 미술관 유치 협의차 일본 가가와현에 있는 나오시마에 출장가는데 동행했다. 나오시마는 한때 중공업 관련 산업폐기물을 버리던 인구 3천 명의 초라한 섬이었지만 20여 년의 노력으로 섬 대부분이 현대미술 전시장이 되고 전 세계인이 가고 싶어하는 손꼽히는 관광지가 됐다. 섬의 위치가 좋지 않아서 가려면 비행기, 기차, 버스, 배를 번갈아 타야하는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해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가고 이 중에 20% 정도가 한국사람, 특히 지난 설 연휴 때는 70% 정도가 한국관람객이었다고 한다.

2011년 5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역사상 가장 큰 개인초대전을 여는 이우환 화백과 번뜩이는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우환미술관에서 벅찬 감동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우환 화백과의 협의에서 대구에게 우호적인 의견을 보이고 최고의 미술관을 구상하느라 애쓰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훌륭한 미술관을 가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설레기도 했다.

그러나 이 미술관을 유치하는 데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게 사실. 우려하는 내용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고 나름대로 의견을 제시해 본다.

첫째, 우리 지역에도 이인성이나 이쾌대 같은 훌륭한 화가가 많은데 왜 이우환 화백에 우선적으로 큰 투자를 하느냐는 우려다. 그러나 그것은 그분들에 대한 존경과 배려의 차원으로 이해해야 하며 우선순위의 문제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분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예술성을 기리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과연 그 분들의 작품을 전시할 만큼 작품을 확보할 수 있느냐, 우리 지역 예술가에 대한 자부심과 애향심을 넘어서 우리가 기대하는 세계적인 볼거리가 될 것이냐, 그로 인한 경제적 유발효과는 어떨 것이냐, 혹은 투자 손익 분석은 어떨 것이냐 등 다양하고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둘째, 대구지역의 경기가 나쁘고 먹고살기가 팍팍한데 웬 미술관 투자이냐, 예산사정이 어렵다는데 미술관에 투자할 여력이 있느냐는 우려이다. 지역 경제가 어렵고 대구시의 예산사정이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구 250만 명의 대도시 행정을 당장의 경제와 관련된 산업이나 복지에만 치중할 수는 없고 문화, 환경, 교통, 교육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균형잡힌 종합행정을 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우환과 친구들' 미술관은 예정된 문화행정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의 대구가 산업도시만이 아니고 문화의 향기가 배어 있는 품격있는 도시, 살기 좋은 도시이기도 돼야하기 때문이다.

셋째, 대구시립미술관이 막대한 돈을 들이고도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데 왜 또 미술관을 짓느냐는 우려이다. 시립미술관이 애초의 기대와 달리 아직 자리 잡지 못하고 시민들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우환미술관은 시립미술관과는 별개의 사업으로 이해해야 하며 다소 논리가 비약된 점이 있지만 OO공항이 실패했으니 동남권 신공항을 짓지 말자는 논리처럼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짓고자 하는 '이우환과 친구들' 미술관은 이우환 화백뿐 아니라 그분의 친구들인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함께 어우러져 빚어내는 세계적인 미술관이다.

넷째, 장소 선정의 신중성이다. 큰 돈을 들여서 세계적인 미술관을 짓는 것인 만큼 대구시가 장소를 일방적으로 선정하고 밀어붙여서 지역주민들의 불만을 사지 말고, 복수의 후보지를 선정해서 후보지 인근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갖고, 주민들이 피해를 보거나 실망하지 않고 완전히 동의하는 공감대를 얻은 장소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지역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미술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우려가 있지만 '이우환과 친구들' 미술관은 세계최고의 미술가와 건축가가 빚어내는 세계적인 명소가 될 것이 틀림없고 대구시의 시격을 한층 높여주는 건축물이 될 것이며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 줄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대구시의 지혜롭고, 신중한 진행을 기대한다.

김원구(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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