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된 '雪魔'에 대책없이 '설마설마'

입력 2011-02-14 11:03:20

폭설 늑장 통보 직장인 지각사태 교통사고 속출

14일 오전 많은 눈이 내리자 출근길 시민들이 도시철도로 몰려 도시철도 반월당역이 크게 붐비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4일 오전 많은 눈이 내리자 출근길 시민들이 도시철도로 몰려 도시철도 반월당역이 크게 붐비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4일 오전 대구경북에 갑작스럽게 폭설이 쏟아져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지각사태를 빚는 등 시·도 전역이 몸살을 앓았다. 특히 기상청의 늑장 예보와 통보, 대구시와 각 구·군청의 늑장 대처로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7시를 기준으로 대설주의보를 내렸지만 오전 6시 40분쯤 뒤늦게 각 행정기관과 재난·안전관리기관에 전화와 팩스로 통보하는 안일함을 보였다. 또 폭설이 쏟아진 경북 울진, 포항 지역에는 오전 5시 40분에 늑장 통보를 하는 등 대설이 예고됐는데도 '예비특보'를 발효하지 않아 행정기관의 늑장대처를 초래했다. 대구시와 경북도 시·군들이 뒤늦게 제설작업에 나서는 바람에 혼란을 부채질했다.

이날 새벽부터 내린 눈으로 거리 곳곳에 교통사고가 속출하고 차량들은 가다 서기를 반복했고 교통 정체를 피하려는 시민들은 자가용과 시내버스 대신 도시철도를 이용하면서 지하철역은 오전 내내 북적였다.

이날 오전 5시쯤 대구 수성구 가천동 범안로 고가다리에서 P(43) 씨가 몰던 1t 화물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로등과 부딪친 뒤 도로 아래로 추락해 P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다중 추돌사고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오전 7시 55분쯤에는 달서구 대곡동 도시철도 1호선 대곡역 부근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뒤따르던 차량이 잇따라 추돌하는 사고가 났다. 앞서 7시 15분쯤에는 중구 동산동 신남네거리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뒤 차량이 들이받으며 차량 6대가 뒤엉키기도 했다. 오전 6시쯤 남구 봉덕동 앞산순환도로 인공터널 인근에서는 수성구 상동 방면으로 달리던 차량 3대가 잇따라 부딪혔다.

대구공항 항공편도 연이어 결항됐다. 대구공항에 따르면 오전 6시 50분 대구 출발 인천공항행 항공편이 폭설로 결항된 데 이어 낮 12시 5분까지 7편의 항공편이 모두 결항됐다. 대구공항은 "활주로 등 제설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언제 운항이 재개될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시내버스도 배차시간이 평소보다 5~10분 지연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파군제~동화사~갓바위~파계사 구간의 시내버스 운행도 중단됐다. 서환종 대중교통과장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도로 결빙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후부터는 중단된 노선의 운행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에서 구미로 출퇴근하는 임송미(27·여·달서구 유천동) 씨는 "대구 서부정류장에서 오전 6시 50분에 출발하는 첫차를 타려고 했는데 1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버스를 탈 수 있었다"며 "평소 출근시간보다 1시간 이상 늦은 오전 9시쯤에야 도착했다"고 푸념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직장인 유인혜(31·여) 씨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통학 차량이 운행을 안 한다고 해서 4살 난 딸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걸어서 어린이집에 데려다 줬다"며 "오후 늦게까지 눈이 온다는데 어떻게 데리러 갈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대구시내 주요 간선도로는 제설작업이 늦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대구시는 오전 6시 각 구·군에 비상소집령을 내렸지만 오전 7시 30분이 지나도록 제설작업을 하지 않아 달구벌대로 등 시내 주요 도로는 쌓이는 눈에 속수무책으로 방치됐다. 시는 이날 오전 9시 현재 달성군 가창 헐티재, 명곡초교~홈실재, 설티재~옥포 반송삼거리 등 3곳과 동구 백안삼거리~동화사 방면, 백안삼거리~경산 방면 등 2곳의 교통을 통제했다.

사회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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