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네이트' 패션에만? 병원·진로상담 별별 직종 多붙죠

입력 2011-02-12 08:18:00

다양한 직업군에 떠오르는 직종…'서비스+커뮤니케이션' 무장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지망자들이 코디네이터 양성 학원에서 미소 짓는 연습을 하고 있다.(위) 코디네이터는 돌발적인 사태에도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병원에서 환자가 불만을 제기할 때 대응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역할극을 하기도 한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지망자들이 코디네이터 양성 학원에서 미소 짓는 연습을 하고 있다.(위) 코디네이터는 돌발적인 사태에도 잘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병원에서 환자가 불만을 제기할 때 대응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역할극을 하기도 한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얼마 전 미국 금융전문지 키플링거가 발표한 '떠오르는 직업 베스트 10'에는 유독 '코디네이터'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인재 관리 코디네이터, 텔레워크 코디네이터, 노인부양 서비스 코디네이터 등 생소한 직업이 소개됐던 것. 이런 특이한 직업들이 아니더라도 사실 코디네이터라는 단어는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사용이 잦아지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병원 코디네이터다. 의상 코디네이터 역시 흔히 알고 있는 직업이다. 그 외에도 한 정수기 회사에서는 '정수기 코디네이터'를 내세우고 있고,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푸드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직업군에 '코디네이터'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왜 코디네이터인가?

'코디네이터'(coordinator)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의상, 화장, 액세서리, 구두 따위를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갖추어 꾸미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돼 있다. 패션 코디네이터에 국한된 의미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직종이 다양해지면서 별의별 '코디네이터'가 등장하고 있는 세상. 이 국어사전의 해석으로는 정확한 뜻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영어사전을 찾아봤다. '조정자'의 뜻이 가장 먼저 제시돼 있었다. '의견 등을 종합하는 사람, 진행자 등'을 코디네이터라고 일컫는다는 풀이다. 바로 이거다. 현재 분야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일을 조율해 주는 중간 매개자'쯤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이 진행되는 전반을 두루 살펴 여러 분야의 각기 다른 일을 맡고 있는 직원들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디네이터 교육기관에서 가장 중시하고 있는 것은 서비스 마인드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코디네이터가 활동하고 있는 영역 대부분이 서비스 업종이 많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열린 자세로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좀 더 탁월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갖춰야 하는 소양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사람 사이의 모든 일이 그렇듯,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사람의 감정과 태도를 잘 살펴 상대방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이야말로 모든 일을 하는 데 최고의 자질이다. 늘 낯선 사람과 관계를 맺고, 그들이 '코디'를 신뢰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대구서비스교육센터 우기윤 대표는 "코디네이터 교육 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 역시도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는 방법론에서부터 인간관계론, 심리학 등을 두루 배우도록 해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 코디네이터

병원 코디네이터는 다소 권위적이라는 병원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바꿔 놓으면서 서비스 전문직의 새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병원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한번 찾은 병원을 다시 찾게 만드는 데까지 모든 인상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코디네이터의 역할.

병원 코디네이터는 크게 조직관리자, 마케터, 상담전문가 등 세 가지 분야로 세분할 수 있다. 조직관리자는 '병원'이라는 근로현장의 특수성 때문에 필요한 부문이다. 병원의 '오너'인 원장 역시 환자 진료를 맡고 있는 근로자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원장이 병원 관리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다 보면 환자를 치료하는 데 드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는 병원 경영에 차질을 빚는 단점이 발생하는 것. 이 때문에 병원 조직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진료에만 충분히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나머지 관리상의 문제를 도맡아줄 조직관리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규모가 큰 병원일수록 그 중요성이 부각된다.

마케터는 기획과 홍보 등의 전반적인 업무를 맡는다. 병원을 알리는 일을 기획하는 데서부터 홈페이지 관리, 고객관계관리(CRM)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상담전문가는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이들이 선호된다. 전문적인 의료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의료상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냐 아니냐는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는 갈수록 그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우 대표는 "의사가 친절하고 자세하게 상담을 해 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환자가 몰려들수록 진료시간이 늘어나면서 상담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이를 대신해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아 상담을 진행하는 코디네이터가 이제는 정착됐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의사보다 급여를 더 많이 받는 '병원 전문 경영인' 개념도 도입되고 있다. 우 대표는 "아직 보수적인 대구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서울'수도권 일부 병원에서는 이미 의사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 코디네이터들이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는 지난해 초 정부가 의료관광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하면서 급속히 부각되기 시작한 직업이다. 대구의 경우에는 시가 적극 나서 '메디시티'(medi-city)를 지향하고 있는데다 첨단의료복합단지까지 조성되면 앞으로 다른 어떤 도시보다 의료관광 분야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의료관광 코디는 외국에서 관광과 간단한 시술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스케줄을 전체적으로 조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 보니 입'출국에서부터 숙박과 관광, 필요한 의료 시술에 대한 예약 및 관리 등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외국어 능력을 갖추고, 진료에 대한 간단한 상담을 도와줄 수 있을 정도의 병원코디네이터 경력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라 하겠다.

이 중 최고의 코디에게 가장 중시되는 능력은 각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다. 우 대표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을 경우에는 다른 환자들이 '시끄럽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병원을 통째로 비우고 세미나실에서 브리핑 형식의 설명을 하는 편이 좋고, 일본인들은 각자의 프라이버시가 강하기 때문에 일대일로 일을 진행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이런 문화적 차이점을 빠르게 간파해 미리 준비하는 섬세한 배려가 만족도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밝혔다. 난처한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중국인들의 경우에는 쌍꺼풀 수술법 중 하나인 앞트임, 뒤트임이라는 표현이 없기 때문에 직접 그림을 그려서 이를 설명해야 하고, 러시아인들의 경우 생선회가 저렴하고 맛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침식사로 회를 찾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는 외국인 환자 유치와 기획, 홍보 등의 역할을 하는 마케터와, 한국에 들어온 환자의 모든 스케줄을 짜고 관리하는 역할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다양한 코디네이터 세계

최근 각광받고 있는 '푸드 코디네이터'는 사실 푸드스타일리스트의 개념이 확장'발전된 것이다.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요리에 어울리는 그릇을 선택하고, 가장 맛있어 보이도록 연출해 내는 일에 국한된 직업이라면, 푸드코디네이터는 음식제품을 기획'연출하는 맛디자이너의 역할에서부터 데코레이션, 테이블 세팅, 파티 등의 행사 기획'연출까지 전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직업이라고 보면 된다.

'명함 코디네이터'도 있다. 단순히 이름과 직장, 전화번호만을 표시한 명함을 디자인하는 차원의 명함 디자이너와는 조금 그 개념이 다르다. 특별한 슬로건이나 키워드, 이미지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정체성을 어떻게 하면 가장 단적으로, 빠른 시간에 표현할 수 있을까를 설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또 '컬러 코디네이터'는 컬러리스트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배색을 만들어 내고,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를 표현해 내는 일을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진로 코디네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진로상담을 해주는 교사로 진로적성검사, 상담, 진로체험활동 등을 전담하는 인력으로 교원자격증이나 전문상담자격 요건을 갖췄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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