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 대구시립극단의 연극 '달콤살벌한 프러포즈'

입력 2011-02-11 08:04:30

좌충우돌·폭소만발…3천원과 맞바꾼 즐거움

공연 사진=대구시립극단의 연극
대구시립극단 이국희 대표
공연 사진=대구시립극단의 연극 '달콤살벌한 프러포즈'은 3천원으로 즐길 수 있는 부담없는 작품이다.
대구시립극단 이국희 대표

뒤죽박죽이었다. 타임머신을 탄 듯 시대를 이리저리 넘나들고 캐릭터들의 감정 기복도 변화무쌍했다. 그런 과정들이 연극의 재미와 웃음을 한층 높였다. 관객들은 70분 동안 수시로 웃음을 터트렸다. '3천원과 맞바꾼 즐거움'이었다.

대구시립극단의 연극 '달콤살벌한 프러포즈'가 9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공연됐다. 이 작품은 러시아 극작가 안톱 체홉의 단편 '청혼'을 대구시립극단 이국희 대표가 각색하고 연출한 작품이다. 이 대표는 "원래 작품은 인간의 이기심을 이야기하려는 가벼운 소극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청혼에 초점을 맞춰 상당 부분 바꿨다"고 말했다. 청혼은 제2 인생의 출발점이자 어찌 보면 삶과 닮았다. 그 과정을 일반적으로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듯 코미디와 희극, 신파와 비극, 뮤지컬 등을 다채롭게 섞어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12월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 재개관 기념 공연으로 공연되었으며 당시 95%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에는 꽃이나 울타리, TV카메라 등 다양한 소품들을 등장시켜 시각적인 효과를 많이 가미했다. 특히 즉석에서 뽑힌 관람객이 극의 한줄기를 이루는 배우로 활약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으로 무대에 올라갔다 내려가는 것이 아니고 에피소드 한 부분을 이끄는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두 남녀가 청혼을 위해 만났으나 계속 사소한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것이 극의 전반적인 줄거리이지만 이 작품에서 줄거리는 큰 의미가 없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웃기는 에피소드들이 극을 지탱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녀가 싸우는 장면이 현대 권투경기로 바뀌는가 하면 아버지와 딸이 서로 책망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중국 경극으로 변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유도한다. 또 전래동화 '금도끼 은도끼'에 나오는 도사가 '약방의 감초'처럼 무대에 2차례 나와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연극임에도 배우들의 라이브 노래가 몇 곡 곁들어지면서 극의 '양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마이크 문제인지 대사 전달이 다소 명확하지 못했고 줄거리 전개가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다. 특히 원작과 다른 결말을 이끌어내고 싶어서였는지 너무 급하게 마무리하는 느낌도 들었다. '달콤살벌한 프러포즈'는 25일까지(매주 일·월·화 공연 없음)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5시에 각각 공연된다. 3천원이라는 부담되지 않은 가격에 관람할 수 있다. 053)606-6323.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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