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취임한 최원영(53) 보건복지부 차관은 복지부 내 대구경북 출신의 좌장으로 불린다. 하지만 호방한 성격과 탁월한 추진력 덕분에 출신 지역과 상관없이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물론 업무처리 솜씨도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연금정책관·보험연금정책본부장·보건의료정책실장·기획조정실장 등 부처 내 양대 축인 '복지'와 '보건의료' 분야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지인들이 들려주는 그의 사무관 시절 에피소드 하나. 보험제도과에 근무하던 당시 그의 상관은 '호랑이'로 불릴 만큼 일처리가 까다로웠다. 부서 내에 혼이 나지않은 직원이 없을 정도였지만 그는 한 번도 질책을 받지 않았다. 국장의 지시 사항을 마침표 하나, 쉼표 하나까지 꼼꼼히 받아 적으면서 철저히 챙긴 일처리 덕분이었다.
"1989년 의료보험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될 때였습니다. 만 6년을 한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정말 미친 듯 일에 매달렸습니다. 나름대로는 소명의식을 가졌던 터라 회식 자리에서도 가곡 '선구자'를 불렀습니다."
최 차관은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1980년 행시 24회에 합격한 뒤 내무부(현 행정안전부)에서 시작, 대구시청에서 3년 반 동안 근무했다. 하지만 미래의 행정은 질서유지 등 정통 행정보다 보건복지 등의 전문분야가 더 중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복지부를 택했다.
"솔직히 지금처럼 초고령화사회가 빨리 다가온다거나 저출산현상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죠. 다만 대학 시절 선진국 행정의 추세를 공부하면서 사회가 발전할수록 보건복지분야가 중요해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 복지 논쟁이 한창 뜨겁지않습니까?"
정치권의 복지 논란과 관련한 전문가로서의 소신을 물었다. "복지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선 대상이 누구인가,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가, 무슨 재원으로 추진할 것인가, 지속가능한 정책인가 등의 5가지를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혜택이 꼭 필요한 사람을 정확히 찾아내서 적합한 서비스를 누수 없이 효율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무상시리즈'는 해답이 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공직 생활 30년을 맞는 그는 퇴임 전 꼭 해보고 싶은 일로 '전 국민 건강관리 시스템'을 꼽았다. 100세 장수시대를 맞아 노인 의료비 대책이 의료정책의 핵심이 되는 만큼 온 국민이 젊었을 때부터 건강을 챙기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건강보험공단, 사회체육단체 등 기존 조직·시설을 연계해 지역단위로 조직화하면 중장년층들이 질병 없이 활기찬 노년을 맞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민관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최 차관은 경남 창녕에서 태어났다. 교사였던 부친을 따라 초등학교 때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가 대구로 와서 대건고와 경북대를 졸업했다. 부모님과 동생들은 아직 대구에 산다. "성당시장과 서부정류장 근처에서 살았는데 몇년 전 일부러 찾아가 봤습니다. 어렸을 때 동네 모습이 많이 바뀌어 감회가 새로웠지요. 세 동생과 함께 자취했는데 공부하랴, 오빠 뒷바라지하랴 고생했던 여동생들에게 아직도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구에서 발생한 '장 중첩증 소아 사망 사고'에 대해 무척 안타까워했다. 중앙응급의료위원장으로서 사고가 난 경북대병원 등에 대해 징계를 내려야 했다. "대구가 메디시티를 표방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하면서 분위기가 좋았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대구지역의 의료시스템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가 관심을 갖기 바랍니다."
그는 공직을 마무리한 뒤 대학 강단에 서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정책 현장에서 수십년간 쌓아 온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사회복지학으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석사, 연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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