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들이 추천하는 최고의 음식은 무엇일까? 다소 싱거운 대답 같지만, 한결같이 '제철음식'이라고 말한다. 겨울엔 국물이 뜨끈뜨끈한 복어가 제철음식이다. 특히 애주가들은 재첩국과 함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복국(지리)과 복어 매운탕을 최고의 음식으로 평가하고 있다.
예전엔 복요리를 애주가들만 즐기는 음식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맛 때문에 폭넓게 사랑 받고 있다. 복어는 독성이 강해 잘못 먹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자칫 '독어'(毒魚)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복요리를 즐기는 것은 그 쫄깃함과 담백함, 시원한 국물 맛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 경산전력소 곽흥식 지회위원장과 직원들은 가끔 단합대회를 할 때면 사무실 근처에 있는 '복어세상'을 찾는다.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곳에서는 복어의 참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강력하게 추천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가장 적절한 '때' 있는 법. 복어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독'(毒)의 강도가 절정에 이르는 산란기(3~5월)를 앞둔 때라고 한다. 그 때문인가? 요즘 경산 진량에 위치한 '복어세상'에는 늘 손님들이 넘친다. '복어세상'은 김영만(45)'영삼(41) 씨 형제가 8년 전에 문을 열었다. 형님은 주방에서, 동생은 손님접대를 맡고 있다. 김영삼 대표는 "다른 음식점도 해 봤지만, 건강에 좋은 복 음식이 가장 적합한 웰빙 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한다.
경산전력소 곽흥식 지회위원장은 오랜 단골손님이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뜨끈한 복 국물로 속을 데우는 것이 최고"라며 복요리 예찬을 한다. '복어세상'의 메뉴는 다양하다. 양념 간을 한 황복을 육수에 살짝 익혀 먹는 '복 샤브샤브'를 선택했다. 먼저 송이버섯 한 점을 살짝 익혀서 맛본다. 송이향이 입안에 가득 퍼지면서 입맛을 자극한다. 그사이 황복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간다. 끓는 육수에 살짝 흔들어서 맛을 본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이다.
한전 경산전력소 강경희(36) 대리는 "복어 요리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울릉도 명이나물과 함께 먹는 것"이라고 권한다. 잘 구워진 황복 한점을 명이나물에 돌돌 말아 쌈을 싸서 입에 넣으니 '환상적인 궁합'이다. 명이나물의 독특한 향에다 쫄깃함과 부드러운 복어의 육질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경산전력소 안덕상(44) 대리는 "평소엔 동료와 함께 가격에 부담없는 복국 한 그릇으로도 충분히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태경(39) 주임은 복튀김 마니아다. "복어튀김은 말할 것 없고, 단호박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고소한 튀김 맛에 늘 감탄한다"고 말한다. 곽 위원장은 "좋은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늘 이곳을 찾게된다"며 "황복샤브샤브는 묵은 김치에도 절묘하게 어울린다"며 권한다.
기본 반찬들도 특이하다. 한결같이 정성이 깃들어져 있다. 새콤한 귤과 바나나의 달콤한 맛이 잘 어울어진 야채샐러드는 신선한 맛을 안겨준다. 파인애플 위에 얹은 해파리냉채도 특이하다. 마 위에다 채 썬 파와 깻잎을 검정깨 소스로 간을 해 고소하고 상큼한 맛을 풍긴다. 잡채는 청양고추를 살짝 가미해 입맛을 당긴다. 황복과 야채 국물이 밴 냄비에 만드는 야채 볶음밥은 과식을 부추긴다. 국물은 얼큰한 매운탕과 맑은 지리가 따라나온다.
황복샤브샤브양념구이는 1인당 1만8천원, 황복과 복튀김, 밀복탕, 공기밥이 나오는 웰빙스페셜은 1인당 2만6천원이다. 이외에 밀복탕 특(1만7천원), 밀복탕(1만3천원), 은복탕(8천원) 등이 있다. 복어찜과 아귀찜은 중(中) 2만9천원(2~3인용), 대(大) 4만원이며,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복까스는 1만원. 저녁에는 특선 행복상은 1인당 1만4천원(복껍질, 복만두, 복불고기, 은복탕, 공기밥), 만복상은 1인당 1만8천원이다. 요즘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밖에서 대기해야 할 각오를 해야 한다. 예약은 053)856-9767.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추천 메뉴-복튀김
복어요리는 고급 음식이다. 가격대가 만만찮다. 그래서 선뜻 코스요리를 주문하기에는 좀 망설여진다. 하지만 애주가들은 늦은 아침이나 점심시간에 어김없이 속풀이를 위해 복집으로 향한다. 주당들에게는 복국과 복 매운탕이 가장 인기지만, 누구에게나 변함없이 사랑받는 메뉴는 복튀김(사진)이다. 물론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가족외식 때는 어린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복튀김은 메인 요리를 주문한 후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즐기는 음식이다. 노랗게 튀겨진 모습을 보는 순간, 즉각 침샘이 반응을 한다. 바삭바삭한 튀김을 한 입 베어물면 하얀 김을 내뿜는 속살이 드러난다. 뜨겁지만 바삭거리며 씹히는 감촉에다 고소한 맛이 더해져 여성들과 어른들 모두 즐겨 먹는 메뉴다. 쑥갓과 단호박, 팽이버섯 튀김도 맛볼 수 있다. 황복튀김 8조각은 2만원, 12조각은 3만원이다.
이홍섭기자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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