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대형마트에서 다른 프랜차이즈 경쟁 업체보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피자와 치킨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화제가 됐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원하는 먹을거리를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되어 마땅히 환호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대형마트를 둘러싼 다른 경쟁 업체들은 자신들의 유통 공급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의 환심을 사는 대형마트를 바라보며 맹비난의 화살을 거침없이 쏟아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테면 프랜차이즈 업계의 입장에서 볼 때 대형마트의 피자와 치킨 가격은 원가에도 못 미친다고 하며, 일부러 많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하여 통상의 가격보다 대폭 할인해 판매하는 일종의 '미끼 상품'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자신들의 상품을 의도적으로 각종 구설에 휘말리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오히려 판매량을 늘리려는 노이즈 마케팅의 한 전략 방식으로 규정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대형마트에서는 요즘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생각하여 판매 상품을 박리다매 방식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이 되레 무슨 잘못이냐는 식의 볼멘소리를 낸다. 이러한 쌍방간의 논란 가운데 주요 언론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이 "실제로 치킨 값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한 것을 보도하면서 대형마트의 파격가 논란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 영세업자들에 대한 권익보호 측면의 입장이 크게 반영된 때문인지, 결국 대형마트에서 출시한 화제의 치킨은 분분한 논란을 뒤로한 채 일주일 만에 종지부를 찍고 판매를 중단한다는 발표를 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판매자들의 처지와 달리 일부 소비자들은 정작 평소보다 싼 가격에 공급되는 치킨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며 프랜차이즈 업체의 항변을 못마땅해 하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있었다. 마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으로, 공급자 상호 간 이권 다툼에 애꿎게도 모처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왠지 목전에서 쉽게 놓쳐버린 듯한 씁쓸함이 짙은 여운을 남게 된 셈이다.
그런데 금번 피자와 치킨 가격에 대한 업체들 간의 날카로운 신경전은 어쩌면 찻잔 속의 태풍처럼 우리 사회 경제 구조 속에 나타난 미미한 현상의 하나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생각해 보면 많은 교훈을 준다고 볼 수 있다. 가령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치킨 값의 적정선은 도대체 얼마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의 문제로 볼 때, 현재 우리 사회의 복잡한 유통구조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치킨이 먹을거리로 가공되기까지는 농가의 병아리가 큰 닭으로 사육돼 도축, 대리점격인 공급처에서 일반 치킨점을 거쳐 소비자에게 이르는 동안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된다. 물론 유통의 출하에서부터 소비자의 손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통계학적 생산비는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무수한 제세금이 당연히 포함되었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것은 원자재인 닭의 가격이 생산지에서부터 소매점에 이르기까지 몇 배의 가격으로 불어나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닭'을 '치킨'이란 이름으로 먹을 수 있는 완전한 소비상품재로 만들기 위해서 부수적으로 추가되는 튀김가루, 식용유, 무, 콜라, 포장 상자 등의 가공비를 포함하면 결국 소매점의 치킨 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 밖에 배달 인건비와 관리비를 포함한 임대료까지 부과한다면,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평균적으로 치킨을 1만1천원을 받고 팔더라도 부가세 등을 감안하면 한 마리당 겨우 1천500~2천원 정도만 남길 뿐이라는 그들의 주장이 전혀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 듯하다.
다만 문제는 여러 복잡한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경비를 소비자가 치킨을 먹으면서 고스란히 부담해야 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치킨을 먹으면서 닭의 크기와 질량에 비례한 가격의 정도를 가늠할 뿐, 치킨의 배후에 숨겨진 복잡한 유통 경비는 간과하는 경향이 많다, 그런 만큼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가급적이면 유통 경비를 최소화하여 소비자가 신뢰하는 치킨 가격의 적정선에 잘 부합되는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행히 최근의 일부 업체에서는 치킨을 제외한 무와 콜라는 가격 옵션제로 하거나 배달을 시키지 않으면 금액을 할인해 주는 곳도 있는데, 유통 과정의 군살과 거품을 빼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통큰'은 원래 씀씀이의 후덕함을 담은 관용어이므로 올해에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나란히 서로에게 후덕함을 줄 수 있는 유통구조의 통큰 전략과 개선이 많이 도출되었으면 한다.
김국현(올브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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