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대통령·프로게이머 승부조작 사건 당시 홈피 무차별 공격
"해킹 실력을 과시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지난해 스타크래프트 유명 프로게이머의 승부조작 사건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300만원 자진납부 보도와 관련해 두 사람의 출신학교인 대구 협성중과 대구공고 홈페이지를 해킹한 고교생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사회적 이슈가 된 학교, 경제단체, 언론사, 기업사이트 등 104개 서버시스템을 무차별적으로 해킹해 760만 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사이버상에 이를 유포하거나 경쟁 관계에 있는 게임서버에 '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한 혐의로 대구 고교생 K(17) 군과 포항의 고교생 C(16) 군 등 해커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5월 프로게이머 마재윤의 승부조작사건과 10월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자진납부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이들의 출신학교인 대구 협성중, 대구공고 홈페이지를 해킹한 뒤 홈페이지 내용을 악의적으로 훼손하고 이들 학교 교사의 개인정보 등을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자신이 재학 중인 학교의 홈페이지 서버도 해킹했으며, 지난해 사회적 이슈가 된 한 케이블TV에서 방송된 '4억 명품녀' 논란과 관련해 피해자 김모 씨의 개인신상자료를 추적한 뒤 이를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하기도 했다. 또 한 교육방송에서 수능 강의 중 '남자들은 군대 가서 사람 죽이는 것을 배워온다'고 말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수능강사 장모 씨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 홈페이지에 침입해 비난 글을 게시하고 이 학교 학생 200여 명의 개인정보 등을 탈취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들은 국내 한 통신사의 인터넷 전화망에 침입해 전화 연결에 필요한 계정정보 13만2천여 건을 탈취한 뒤 타인의 인터넷 전화를 무단으로 사용했으며, 지난해 태국에서 벌어진 반정부시위 무력진압으로 1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태국의 교육부 홈페이지를 해킹해 항의표시로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Don Shoot'이란 문구를 넣어 변조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많은 사람이 여러 사이트에서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회원이 1천700만 명인 한 방송사 홈페이지를 해킹해 회원 100명의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이들이 가입한 다른 사이트 해킹에 활용"했으며 "또 국내 한 대학 홈페이지를 해킹해 7만5천여 명의 졸업생 및 재학생 개인정보를 취득하고, 경쟁 중인 온라인 게임 서버에 'DDoS' 공격을 해 한동안 서버를 마비시키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터넷상에서 해킹을 공부하면서 친해졌으며, 인터넷 해킹그룹 'TEAM KOS'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경제적인 목적이 아니라 사회적 이슈가 된 사건의 당사자에 대한 비난 의견 표현과 해킹 능력 과시목적으로 해킹을 해왔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 언어, 데이터베이스 운용 등 컴퓨터 관련 기술과 해킹 기법을 연마해왔고 범행 시에는 해외 서버 IP와 PC방 IP를 이용해 우회접속하거나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도용하는 수법으로 추적을 피해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이들이 해킹 능력 과시와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들의 신상털이용으로 활용했을 뿐 매매대상용이나 경제적 목적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협성중과 대구공고 홈페이지 해킹 사건을 추적하던 중 이들을 검거해 모든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며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경제단체, 학교, 언론사, 기업에 대해 보안조치 강화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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