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여전히 균형발전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11-02-07 10:18:45

우리 사회에서 균형발전이란 단어는 점차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요즘 뜨고 있는 화두인 녹색성장, 공정사회, 무상급식과 복지와 비교하면 흘러간 유행가와 같다고나 할까? 그래도 한때는 균형발전이 비수도권 주민들의 희망이고 노래였다. 균형발전정책을 역사상 처음으로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하였던 참여정부 기간 동안에도 수도권 집중화를 반대하고 더 강력한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촉구하며 1천119만여 명의 비수도권 주민들이 서명운동에 참여했었다. 그 덕분에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가능하게 되었고, 수도권에 대한 규제와 관리도 어느 정도 힘을 얻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 국토에서 수도권 집중과 불균형 발전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상태가 된 것인가? 현 정부가 워낙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애써 요청할 필요도 없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균형발전의 열망은 한때의 유행어였거나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만들어낸 슬로건에 불과했던 것인가?

참여정부 때 각종 지역균형발전사업과 지역혁신체계 구축 업무를 직접 챙겼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기어이 '균형'을 뺀 지역발전위원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광역경제권사업 등 각종 균형발전정책을 총괄해야 할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반 년 넘게 공석이다. 세종시 문제가 수정논란을 일으킬 때나 혁신도시 사업 진척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도 지역발전위원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수도권 정책은 지역발전위원회가 아니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실무부처가 챙기고 있다.

연초부터 정부의 수도권 관리정책이 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8년 초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의 폐지와 대체입법 방침을 밝힌 바 있기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긴 하다. 연초에 발표된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에서 수도권은 더 이상 과밀억제권역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와 계획적 성장관리의 대상으로 명시되고 있다. 국토도시계획학회는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와 대체입법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하는 연구용역 결과를 국토해양부에 제출했다. 총리실에서는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자연보전권역에서 대기업의 입지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연이은 수도권 규제완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균형발전 대국민 서명을 주도했던 지역균형발전협의체나 지자체, 지역 출신 정치인들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최근 지역균형발전과 관련된 통계를 보면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 없이는 지방이 수도권과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 집중 문제는 양적인 격차를 넘어 질적인 차원으로 변화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순유입인구는 2002년 21만 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4만4천여 명 수준으로 급감하였다. 그러나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의 수도권 순유입인구가 전체 유입인구보다 많은 5만3천여 명에 이른다. 지방의 젊은이들이 대학진학과 취업을 위해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언론기관에서 실시하는 전국 대학평가에서 상위 20개 대학 중 지방소재 대학은 과학기술분야에 특화하고 있는 KAIST와 포스텍을 포함해도 4개 정도에 불과하다. 우수한 인력이 없으면 지방산업의 발전이 어렵고, 지방의 일자리 창출도 불가능하다.

수도권으로 집중된 부와 기회는 지방의 자립적인 발전을 어렵게 만든다. 국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연봉 10억원이 넘는 '슈퍼 월급쟁이' 중 92%는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의 순자산은 평균 3억305만원으로 비수도권의 평균 1억6천614만원의 1.8배에 달한다. 수도권의 토지자산은 서울 1천100조원(31.7%), 경기 980조원(28.3%), 인천 207조원(6.0%) 규모로 국가 전체 토지자산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고소득과 부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니 기회를 찾아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지난 1월 2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지방화와 균형발전 시대' 선포 7주년 기념행사와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사실 2004년 대전에서 발표된 균형발전 시대 선포는 2003년 6월 12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구구상'과 함께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의 골격이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이다. 다시 한번 균형발전의 의미를 되새기는 중요한 자리였다.

균형발전이 시골 어머니 치맛자락처럼 유행에 뒤처지는지 몰라도 지역의 자립과 자존심을 위한 화두로 되살아나야 한다. 그래야 내 고향에서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고, 지역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변창흠(세종대 교수 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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