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때 끼면 그림도 얼룩, 생각이 바로 선 후 붓 잡지요

입력 2011-02-07 10:28:38

불화 정진 30년 영범 스님

불화를 제작한 지 30년이 넘은 영범 스님은
불화를 제작한 지 30년이 넘은 영범 스님은 "마음의 거울에 때가 끼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듯 불화도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면 그리질 못한다"고 했다.

불교문화의 총아로 불리는 '불화'. 불교미술이면서도 우리 전통미술의 백미로 손꼽힌다. 특히 고려 불화는 화려한 색조와 단아한 모습, 물 흐르듯 유려하면서도 힘 있는 선 등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

우포선사 영범(47) 스님이 불화의 신비를 털어놨다. 태고종 총무원 규정국장과 태고종 대구교구 총무국장 등을 역임한 영범 스님은 불화를 제작한 지 30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영남불교대학 등에서 불화 강의를 했으며 지금까지 전국 사찰에 납품한 불화나 단청이 수천 점에 이른다고 한다. 영범 스님은 잘 모르는 사찰에 들렀다 우연히 자신의 작품이 걸린 것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맥 끊긴 고려 불화

불화는 일반적으로 고려 불화와 조선 불화, 근대 불화로 나뉜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전통 불화라 하면 조선 불화를 일컫는다. 영범 스님은 "불교가 고려시대 때 황금기를 맞았는데 불화 역시 당시에 가장 꽃을 피웠다. 하지만 조선이 숭유억불정책을 취하면서 불교 쇠락과 함께 불화도 시들해졌다"고 했다. 조선 불화도 작품성보다는 명맥만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고려 불화는 명맥이 끊어진 상태다. 영범 스님은 "최근 들어 첨단 기술이 속속 도입되면서 고려 불화를 연구·복원하는 과정에 있으며 현재 고려 불화를 정통적으로 전수받은 이는 없다"고 했다.

고려 불화는 소박하고 민중의 삶을 닮은 조선 불화와 달리 화려하고 장엄하며 웅장하다. 고려 불화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70여 점밖에 남아있지 않는데 대부분 일본에서 소장하고 있다.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 때 수탈해 갔기 때문이다. 이는 그만큼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남아있는 고려 불화는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대부분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불화는 마음의 거울 닦는 것

영범 스님은 불화로 자타가 인정하는 공우 이진경 선생의 맏제자로 마곡사 계맥을 이어받았다. 영범 스님은 불화를 그린다는 것은 마음의 거울을 닦는 것이라고 했다. 영범 스님은 "마음의 거울에 때가 끼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듯 불화도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면 그리질 못한다"며 "불화를 통해 자기 수행을 하고 마음을 정화한다"고 했다. 그는 전통 방식으로 불화를 사사했다. 스님은 "처음 배울 때는 보살 한 분을 그릴 때 1천~3천 장을 한꺼번에 그렸다. 그렇게 해야 눈을 감고도 자연스럽게 그릴 만큼 몸에 익는다"고 했다.

불화를 그릴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선'(線)이다. 불화는 선에서 시작해 선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이 중요하다. 선이 유려하지 않으면 불화 자체가 완성되지 않는다. 불화의 마지막은 부처님의 상호(相好)를 그리는 것이다. 영범 스님은 "상호는 붓끝이 바르지 않으면 이상하게 변하기 때문에 정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불화는 전통 안료를 사용해 색을 넣는다. 옛 선조는 완전 자연성분의 안료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안료에 화학 성분이 적게나마 포함돼 있다. 불화는 오방색(청·홍·백·황·녹)을 사용하기 때문에 색깔이 화려하면서 강렬한 것이 특징이다. 영범 스님은 "일본은 간색을 많이 사용하는 반면 한국은 주로 정색을 많이 사용한다"고 했다. 불화는 한지를 대접한 옥양목에 그린다. 옛날에는 명주나 삼베, 모시 등을 그렸는데 요즘은 일반적으로 옥양목에 그린다. 채색이 용이하고 보관이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보통 불화를 완성하는 데는 3~4개월이 시간이 필요하다. 대작의 경우 1년 이상도 걸린다. 개인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영범 스님은 현재 1년 정도 잡고 '수월관음도'를 재구성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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