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인생철학'(가치관 또는 신조 따위)은 어느 나이 때 형성될까요? 저는 8세까지라고 단언합니다. 아동심리학자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에 의하면 이 시기는 감각운동기(0~3세)에서 전조작기(3~8세)에 해당되는 시기입니다.
감각운동기 아이들은 울고, 웃고, 먹고, 배설하는 등등의 생존본능에 따른 감각적 행동을 주로 하며, 심리적으로는 대상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부모의 마음을 그대로 내려받게 됩니다. 주로 부모의 불안한 마음이나 불행감을 무의식적으로 내려받게 됩니다.
전조작기 시기의 아이들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기적인 행동을 합니다. 이기성은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미숙한 단계이기 때문에 성숙해질 때까지 반드시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기성=악'으로 규정합니다. 그래서 인간 본성의 악한 이기성을 없애고 '선한 행동'으로 훈육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주로 듣게 되는 부정적인 말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 세뇌됩니다.
0~8세 시기에 부정적인 말을 들었느냐, 긍정적인 말을 들었느냐에 따라 각자의 인생철학이 형성됩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 속담이 있듯이 부모가 이 시기에 아이의 '마음밭'(心田)에 뱉은 '말 씨앗'은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서 싹이 되고, 줄기가 되고, 아름드리나무가 됩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속담이 생긴 이유도 적어도 8년 동안 충분하게 채웠어야 할 이기성을 채우지 못하고, 도리어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서 인간이 심리적인 유아기 단계(3~8세)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을 외부조건과 동일시(전조작기 심리)하면서 돈과 명예, 지식, 외모(껍질) 자체를 자기 자신으로 착각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인정과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구,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 타인과 비교하면서 타인보다 앞서지 않으면 '가치 없는 인간'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면서, 평생을 자신의 이기성을 충족하기 위해 끊임없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 계획이 좌절되면 자신을 스스로 무능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계획이 성공하더라도 자신의 본질적인 삶의 성공이 아닌 껍질의 성공이기 때문에 '인생무상'을 느낍니다.
'오체불만족'이라는 책을 쓴 일본의 오토다케 히로타다 씨는 팔과 다리가 없는 장애아로 태어났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 한 달 이상 엄마와 대면시키지 않았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엄마가 기절할까 걱정했지만 한 달 뒤 오토다케를 처음 본 엄마의 첫 말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아이"였습니다. 오토다케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성장하면서 자신의 장애를 비정상이 아닌 특별함으로 받아들이면서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오토다케 씨는 부모님으로부터 어린 시절에 들은 '사랑의 말'이 긍정적인 인생철학이 된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신체 나이, 생각 나이, 마음 나이 등 세 가지 나이가 있습니다. 신체 나이는 해가 거듭됨에 따라 먹는 생물학적인 나이입니다. 생각 나이는 8세 이후에 자라기 시작하여 책을 읽고, 배우고, 스승을 만나고, 종교를 접하면서 성장합니다. 마음의 나이는 태어난 이후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성장하는데,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 나이는 3~8세 사이의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이기성이 채워지지 않아 심리적으로 성숙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로 이기성을 채우려 하다 보니 가족 갈등, 이웃 다툼, 사회 분쟁, 나라 간 전쟁이 역사 이래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모든 갈등의 시작은 바로 자기 자신의 '생각 나이와 마음 나이'의 차이 때문입니다.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와 가슴 사이'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입니다.
당신의 마음 안에도 분명히 상처받은 3살 아이가 살고 있을 것입니다. 그 아이가 채우지 못한 이기성과 무조건적인 사랑, 마음의 상처는 말로 치유가 가능합니다. 들숨날숨으로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라고 자신에게 하루 1천 번 이상 고백하면 마음의 나이가 성장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 보세요. 내 안에 살고 있는 세 살 아이를 향해서 조건 없이 '나는 나를 사랑합니다'라고….
김창현(인터넷 파르재마을 까페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