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는 토요일마다 토요논술학교가 열린다. 450명이 넘는 학생들이 인문사회 12개 반, 수리과학 8개 반으로 편성되어 논술교육을 받는다. 하루 4시간으로 이루어지는 토요논술학교 논술수업은 이미 최고의 논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인문사회는 통합교과형으로 진행되고 수리과학은 개별교과형으로 진행된다. 선생님마다 조금씩 수업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다양한 주제와 형태의 수업을 받을 수 있어서 학생들 입장에서 볼 때는 매우 효율적이다. 수업은 선생님들의 강의와 학생들의 토론, 논술문 쓰기로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자신이 작성한 논술문을 대구통합교과논술 카페에 올리고 선생님들의 의견을 기다린다. 2006년부터 시작된 토요논술학교는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학생들 때문에 무척 힘이 들었다. 2010년에는 12개 반이었는데 2011년에는 20개 반으로 늘어났다. 수업에 참가하는 선생님도 20명에서 37명으로 늘었다. 수업하시는 선생님들은 외부에서 영입한 강사가 아니다. 모두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에 소속된 대구지역 고등학교 선생님들이다. 학교에서 힘든 교과수업을 모두 진행하시면서도 토요일마다 어려운 시간을 허락하신 선생님들께 고마움의 마음을 먼저 전한다.
토요논술학교에 참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힘든 시간 속에서도 학생들은 토요일마다 먼 거리를 이동하여 수업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사실, 그럴 때마다 아쉬운 마음과 함께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학생들 말마따나 자신의 학교에서 이러한 논술수업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동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고, 첨삭을 비롯한 논술수업의 마무리도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
감히 말하건대 논술 교육은 사교육에 비해 학교교육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최고의 수업방식이자 평가방식이다. 수학능력시험이면 몰라도 통합교과형 논술 교육은 학교교육이 지닌 지속적이고 다양한 시스템을 사교육이 결코 따라올 수 없다. 통합교과형 논술 교육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정 평가는 필연적으로 학교교육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나아가 과정 평가 교육과정은 미래사회의 창조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첩경이다. 왜 논술교육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현재 드러난 대한민국 지식교육의 병폐, 지식의 무의미한 주입과 일방통행식 수업, 나아가 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이 실종된 수업현장의 부조리함을 모두 보완해 줄 수 있는 교육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학교교육은 평가의 권리가 있고 교육비도 사교육비에 비해 크게 저렴하다. 우리 학교 논술반 학생의 한 학기 수강료는 5만원 정도이다. 한 학기 수강료가 5만원인 사교육이 존재할 수 있는가? 사교육비에 대한 걱정을 해소하면서 교육 평등을 이룰 수 있는 교육방법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최선의 방안이라면 금상첨화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논술교육은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기에도 벅차다. 그것은 수학능력시험에 모든 학생들의 명운을 걸고 있는 학교 관리자들의 의식, 논술교육이라는 힘든 길을 걸어가기를 두려워하는 현장 선생님들의 마음, 나아가 지금도 매일 조금씩 흔들리는 대학입시제도로 인해 학교, 학생, 학부모 등 교육 담당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함께 작용한 결과이다.
학교논술교육은 정말 불가능한가? 2006년부터 논술지원단을 운영하면서 학교논술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런 노력이 단지 사교육을 이기기 위한 과정은 결코 아니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논술교육이 지닌 미래지향적인 힘을 믿었기 때문이고, 주입식 교육이 미치는 폐해가 두려웠기 때문이고, 학교에서 분명히 논술교육을 완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논술교육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정책을 담당한 분들과 대학입시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모든 교과목의 학습이 필요한 통합논술교육을 위해 학교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춘 조직이 어디에 있는가를.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경명여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