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최대 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의 설대목 분위기가 가라앉아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이달 27일 손님이 한창 붐벼야 할 시간인 오후 2시. 추운 날씨만큼이나 시장 분위기는 냉랭했다. 상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설은 완전히 망쳤다. 차례를 어떻게 지내야 할지 걱정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추운 날씨와 구제역이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돼 주부들의 발길이 대형마트 쪽으로 옮겨간 것도 한몫을 했다는 것이다.
차례용과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문어와 건어물을 함께 판매하는 박진철(51) 씨는 "문어는 그나마 차례용품에 빠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판매가 나쁘지 않지만 멸치와 김 등 건어물은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판매가 줄었다"면서 "물가상승 등 경기가 좋지 않은 것도 원인이지만 대형마트로 손님들이 쏠리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수산물 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 조기와 가자미, 민어 등 차례용 어종도 20%가량 가격이 올라 손님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 사과와 배 등은 지난해 설 때보다 최대 절반이나 가격이 올랐다.
난전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할머니는 "그래도 예전에는 난전에서 과일을 구입하는 주부들이 꽤 많았는데 요즘은 주부들이 대부분 대형마트에서 과일을 구입해 손님이 별로 없다"며 "설에 집에 오는 손자손녀에게 세뱃돈이나 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특히 구제역 여파로 공급이 줄어든 한우와 돼지고기 가격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600g(1근)당 8천원하던 삼겹살은 30% 오른 1만2천원 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한우는 국거리 600g에 2만원이 넘었다.
죽도시장을 찾은 주부 이난숙(43) 씨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일부러 죽도시장을 찾았다"면서 "추위 때문인지 손님들이 많지 않아 장을 보면서도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尹 탄핵 집회 참석한 이원종 "그만 내려와라, 징그럽다"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
尹 탄핵 정국 속 여야 정당 지지율 '접전'…민주 37% vs 국힘 36.3%
공수처장 "尹 체포영장 집행 무산, 국민들께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