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부담 늘어
대구 달서구 호산동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허지민(23·여·계명대 언론영상학과) 씨는 석 달 전 집 주인에게서 전세를 월세로 바꾸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허 씨는 "2년 동안 전세금 3천500만원을 주고 살았는데, 갑자기 주인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통보해왔다"며 "주인이 '오래 살아 월세 5만원은 깎아준 것'이라고 말했지만 부담이 크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학기를 앞둔 지역 대학가에도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 물량이 동난데다 그나마 있던 전세도 월세로 전환하는 바람에 학생들의 부담이 크다.
30일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인근 원룸촌. 학교 담벼락과 전봇대에는 '빈방 있어요'라는 전단지가 잔뜩 붙어 있었다. 원룸 입구 곳곳에 '전세 있음'이라고 적혀 있지만 문의하면 전세는 없고 월세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학기를 앞두고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은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발만 동동 굴렸다. 1주일 전 3천500만원짜리 전셋집을 구했다는 경북대 4학년 김혜민(25·여) 씨는 "한 달여 동안 발품을 팔다 아는 사람이 전셋집을 소개해줘서 겨우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경북 경산에 있는 영남대 원룸가도 전세가 사라졌다. 영남대 이광희(26) 씨는 "월세 23만원(보증금 30만원)을 주고 사는데 매달 용돈 만큼 월세가 빠져 나가 전셋집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영남대 인근 천마부동산 송성원(41) 대표는 "대학가 인근 매물 중 전세는 전체의 10%가 채 안 된다. 요즘처럼 은행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주인들이 월세로 전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부동산 중개사들은 중소형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 힘든 직장인이나 신혼부부들이 대거 대학가 주변으로 몰려오는 바람에 전셋집 구하기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했다. 영남대 인근 스테빈부동산 이성숙 실장은 "영남대 주변에는 대구 동구 율하동이나 수성구 시지 쪽에 직장을 둔 사람들이 많다"며 "전세금을 대출받아 투룸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신혼부부들도 적잖다"고 했다.
신입생들이 본격적으로 학교 등록을 시작하게 되면 대학가 전세난이 더 가중될 전망이다. 부동산 중개사 송진호(31) 씨는 "신축 원룸 주인들이 월세로 임대 수익을 올리려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전셋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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