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30분 욕설, 벌금 200만원 '폭탄'

법원, 모욕죄 벌금 최고형

"내가 누군지 알아?. 옷 벗고 싶어, 똑바로 해."

28일 오후 대구시내 한 경찰서 지구대. 조사를 받던 한 30대 남성이 갑자기 경찰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남성은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을 경찰이 억지로 붙잡아 왔다"며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30여분 동안 난동을 부렸다.

요즘 대구시내 경찰서 지구대나 파출소를 가보면 흔히 목격되는 풍경이다. 경찰관들은 "최근 들어 죄를 짓고 현행범으로 검거된 사람들도 다짜고짜 욕설과 고함은 기본이고 경찰관 멱살까지 잡거나 폭행하는 사람도 있다"며 "예전엔 경찰서에 오기만 하면 주눅부터 들었었는데, 지금은 고함부터 지른다"고 혀를 찼다.

최근 시민들이 경찰에게 폭언을 일삼는 등 공권력을 위협하는 일이 숙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경찰관에게 욕설을 한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모욕죄 벌금 최고형 처분을 내렸다.

31일 대구 성서경찰서에 따르면 L(41) 씨는 지난달 8일 오후 4시 40분쯤 대구 달서구 감삼동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사이를 운행해 교통경찰관 J(47) 경사에 의해 '보행자보호위반'으로 단속됐다. L씨는 현장에서 단속당한 것에 불만을 제기하며 경찰관과 승강이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30분간 경찰관에게 욕설을 내뱉어 결국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L씨가 단속이 억울하다며 화를 내더니 나중에는 듣기 힘들 정도로 심한 욕을 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L씨에 대해 200만원의 처분을 법원에 요청했고 법원은 28일 약식명령을 발령해 모욕죄 벌금 최고형인 200만원을 처분했다.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공권력에 욕설한 대가로 '200만원 벌금형'이라는 '채찍'을 맞은 셈이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대구에서 발생한 공무집행방해 범죄는 704건으로 매일 2건 씩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대구경찰청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피해자의 인권만 강조하다 보니 술에 취해 경찰에 폭언, 폭행 등을 일삼더라도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공정한 법집행을 하는 경찰관에게 폭언을 할 경우 모욕죄로 입건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