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원 내달부터 릴레이 '삭발 투쟁'

입력 2011-01-29 08:20:00

"신공항 하늘길 시원히 내겠다"

'내 머리카락은 깎아도 신공항은 밀양 아니면 안 된다.'

신공항 유치전이 점입가경이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4개 시·도 연합군과 부산이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규모 시민궐기대회와 신문 방송을 통한 격렬한 홍보전이 펼쳐지고 있다. 두 지역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결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구를 중심으로 한 밀양 연합군이 '삭발'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반드시 하늘길을 열겠다'는 의지를 만천하에 알리고 있는 셈이다. 26일 밀양유치 범시도민 결사추진위원회 발대식에서 4개 시도 대표들이 삭발식을 가진데 이어 내달 7일부터는 대구시의회 차원에서 밀양 유치를 촉구하는 삭발릴레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구경북 시도의원들이 앞장서고 시도민들도 참가한다. 약자가 자신의 의지를 알리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라고 불리는 삭발. 날씨도 추운데 왜 이들은 삭발을 감행할 수밖에 없을까.

◆적반하장 '부산도 승복하라' 오철환 (대구시의회 밀양유치특위 위원장)

"대구경북를 비롯한 4개 시·도가 설령 가덕도로 결정되더라도 정부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제안까지 했지만 부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밀양유치가 실패하면 자폭하겠다는 심정으로 삭발릴레이에 참가했습니다."

시·도의원 가운데 삭발릴레이의 첫 주자로 나설 예정인 오 위원장은 부산의 태도에 마냥 '분하다'고 했다. 영남권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밀양 신공항 유치가 꼭 필요한데도 부산이 공정한 경쟁마저 외면한 채 안티를 걸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동남권 신공항을 20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왜 대구가 숟가락을 놓으려 하느냐'는 부산의 주장에 대해서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일축했다. 지역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오 의원은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서 하늘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30년 전부터 제기돼 왔고 많은 지역 학자들이 필요성을 강조하고 연구하고 준비해 온 부분이다. 오히려 부산이 숟가락을 올리는 격이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긴 곱슬머리를 쓸어올리는 오 위원장의 모습에서는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부산은 현재 꽃놀이 패를 즐기고 있는 형국입니다. 신공항이 밀양으로 가든 가덕도로 정해지든 손해볼 게 없는 장사이지요. 반면 대구경북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비롯해 각종 산단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하늘길이 반드시 필요한 절박한 상황입니다" 부산의 여유와 대비돼 대구의 절박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깎은 머리가 다 자라기 전에 밀양유치가 결정났으면 합니다. 안 그러면 또다시 머리를 깎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공정한 대결하자' 이상효 (경상북도의회 의장)

대구가 아닌 경북에서 도의회 수장으로 삭발릴레이에 동참을 선언한 이 의장의 각오는 남다르다. 지난 1998년 당시 초선 도의원 시절 경주 경마장 유치를 위해 삭발까지 했으나 부산에 빼앗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밀양유치전이 이 의장에는 개인적으로도 '설욕전'인 셈이다. 그러나 신공항 유치전이 두 지역 간 감정대결로 확산되는 것은 우려했다.

"절대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삭발대열에 동참하려는 게 아닙니다. 지역민들의 염원을 차치하고라도 입지 타당성 등으로 볼 때 밀양신공항은 국가발전이나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밀양유치의 당위성과 공정한 경쟁을 통한 입지선정을 강조하는 이 의장은 "그동안 대구시의원들에 비해 도의원들의 참가가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며 "경북도의회를 대표해서 밀양유치 움직임에 실질적으로 힘을 보탠다는 차원에서 삭발을 결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공정한 입지선정을 위해서는 의회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신공항 입지 선정은 정치적으로 해결되서는 안됩니다. 국가와 지역 발전 가능성을 최우선에 두고 허브공항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조기 추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회 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할 것입니다."

◆'하늘길 열라' 시도민 염원에 눈물(이재화 대구시의원)

"신공항은 밀양으로 유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삭발까지 해야 한다니 안타깝습니다." 여성의원으로 스타트를 끊겠다는 이 의원은 삭발 동참에 선뜻 나섰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평소 주변에서 잉꼬부부로 소문난 이 의원이기에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삭발을 하기가 여간 마음이 쓰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속상임위(경제교통위)도 아닌데 왜 나서냐?'는 남편의 핀잔을 들을 때면 솔직히 결심이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밀양 신공항의 당위성과 대구경북에 미칠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도저히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습니다." 특히 26일 국채보상기념공원에서 열린 밀양유치 범시·도민 결사추진위원회 발대식은 이 의원이 삭발 결심을 굳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3천여 명의 시도민들이 밀양유치와 조기결정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고 영남권 시·도민들의 염원이 얼마나 크고 강한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의원은 이날 이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밀양 유치가 확정되거나 적어도 조기입지 결정이 날 때까지 잠을 못 잘 것 같아요. 하루빨리 밀양유치가 확정돼 잠을 푹 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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