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깨나 공부, 공부 '쳇바퀴 일상'…미래란 꿈 있어 그래도 웃자
올해 수험생이 된 대건고 2학년생 29명을 대상으로 '행복 설문'을 했다.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첫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학생은 24명이었고, '아니다'라는 답은 5명에 그쳤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 매몰돼 자기 정체성을 잃고 성적에 따라 '행복과 불행'을 구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고3 학생들은 놀랄 만큼 깊이 있는 '행복관'을 적어냈다. 그들의 이야기를 2차례에 걸쳐 들어보자.
◆행복하다고 답한 24명이 말하는 행복
수험생들이 말하는 행복은 크게 2가지로 나뉘었다. 어떻게 보면 뭇사람들의 기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은 '주관적인 행복'과 '상대적인 행복'을 말했다. 24명 중 9명은 '다른 나라(또는 환경,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비해 만족스럽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상대적 입장을 말했고, 15명은 '사람과의 관계, 미래의 꿈, 희망' 등 스스로 느끼는 행복을 말했다.
현동호 군은 "세계 인구의 절반이 굶주림 속에 살아가는데 나는 그런 걱정이 없다"고 했고, 장재용 군은 "행복은 상대적"이라면서 "힘든 처지의 사람들을 보면서 내 처지가 그보다 낫다고 생각할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주관적 행복을 답한 학생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적극적인 성취욕을 보였다. 국기헌 군은 "무한한 잠재성이 있어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것이라 믿고, 그러기에 행복하다"고 했고, 이동원 군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미래라는 꿈이 있기에 그것을 생각하며 행복해한다"고 답했다. 박재현 군은 "입시 때문에 갈등과 스트레스를 겪지만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고, 문성준·이준형·곽동윤·이현승 군 등은 "함께하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이들이 말하는 행복의 기준은 '희망과 성취'였다. 윤영진 군은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관대로 사는 것"이라고 했고, 김재우 군은 "꿈과 목표가 있는 것, 함께 즐길 친구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많은 학생들이 '관계 속의 행복'을 말했다. 자신을 믿고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또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으면 행복하다고 답했다.
◆불행하다고 답한 5명이 말하는 행복
이들은 고교 생활, 특히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그 안에서 여유를 찾지 못하는 삶 때문에 '불행하다'고 답했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언환 군은 "하고픈 것들을 수능 이후로 미뤄야 하고, 하루하루가 비슷한 것 때문"이라고 했고, 김두환 군은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하고, 수면시간은 부족하고,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라고 했다. 장령우 군은 "나의 모든 행동과 판단이 단 한 번의 기회(수능)에 의해 정해지고, 거기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갑갑한 현실을 반영한 듯 이들이 말하는 '행복의 기준'도 자유로움이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한 노휘영 군은 "(행복은) 일상 속의 작은 변화"라고 했고, 다른 학생들도 하고픈 것을 할 수 있는 여유라고 답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尹 탄핵 집회 참석한 이원종 "그만 내려와라, 징그럽다"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
尹 탄핵 정국 속 여야 정당 지지율 '접전'…민주 37% vs 국힘 36.3%
공수처장 "尹 체포영장 집행 무산, 국민들께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