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증현 장관은 소를 길러봤는가

입력 2011-01-28 10:59:29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사상 최대의 구제역 확산 사태의 책임을 축산 농가에 전가하는 발언을 해 농민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올 조짐이다. 윤 장관은 2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 하나. 집 주인이 도둑을 잡을 마음이 없는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축산 농가를 도둑을 지키지 않는 집주인에 빗대 축산 농민이 구제역 확산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윤 장관은 또 "지금 현실 보상을 무작정 해주기 때문에 일부 농가에서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것이 과연 장관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귀를 의심케 한다. 구제역 발생 이후 지금까지 살처분된 가축은 전국적으로 270만 마리를 넘는다. 윤 장관의 발언은 이런 비극적 사태가 농민들이 시가 보상을 노리고 구제역 확산을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얘기 아닌가. 윤 장관의 눈에는 축산 농민이 돈 때문에 애지중지 키워온 가축을 생매장할 정도로 잔인하게 비쳤다는 말인가.

자식 같은 가축을 땅에 묻은 농민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어있다.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죽어도 마음이 아픈 것이 인지상정이다. 살처분 현장에 있었던 농민이나 공무원 모두 불안'우울'무기력'죄책감에 시달리며 밤에 잠을 못 이루고 가축이 울부짖는 환청(幻聽)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농민의 이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렸다면 농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그런 소리는 못했을 것이다.

구제역 확산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다. 그렇다면 정부는 당연히 농민에게 사과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과의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그래 놓고 이제는 책임을 축산 농민의 도덕적 해이에 돌리고 있다. 이런 정부와 장관을 둔 우리 축산 농민이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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