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아름다운 우리말 사용

입력 2011-01-28 08:04:17

며칠 전 날씨가 포근해 오랜만에 아파트 놀이터로 산책을 나갔다. 놀이터에는 초등학생,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축구를 하고 있고 더러는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앉아 있는 초교생 남자 아이들의 모습이 어릴 적 아들을 보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에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얘들아, 너희들 이 아파트 사니? 혹시 ○○학교 다니니? 몇 학년이니?" 하고 물었더니 "왜요? 우리가 몇 학년인지 뭣 때문에요? 아줌마가 무슨 상관이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 더 이상 다른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 짧은 대화였는데 내가 말을 잘못 한 것일까? 아이들이 내 말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런 상황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이런 대답을 한다는 것은 요즘 유괴나 성폭행 등의 문제로 낯선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 말 것을 교육받은 탓도 있지만 잘못된 언어 사용의 한계로 받아들여졌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말을 심하게 한 '막말녀'가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욕으로 대화가 이루어지는 청소년들의 일상생활은 심각한 수준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자유롭게 개성을 발휘하며 성장하기 때문에 이들의 언행에는 구김살이 없다. 표현을 직설적이고 솔직히 함으로써 꾸밈이 없으나 거칠고 여과되지 않은 말들로 언어 예절에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욕설을 많이 하고 존대어를 할 줄 모르고 은어와 비어를 쓴다. 이것은 언어 규범에 맞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언어의 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규범과 격식에 맞는 말하기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 기성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바른 언어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동물들 중에서 인간만이 의사전달의 수단으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이다.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말에 관한 속담이 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로 사람이 죽고 산다' '말 속에 뜻이 있고 뼈가 있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등이다. 이처럼 속담에서 뜻하는 것은 말이란 깊이 생각해서 신중하게 해야 하고 바른말, 고운 말, 부드러운 말을 사용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이해인의 시 '말의 빛'을 인용해본다.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된 말/ 닦을수록 빛을 내는 고운 우리말/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억지를 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빛/ 나를 내어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하략)'

김길령 대구세계차문화축제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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