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들여다 보기] 더블, 트리플, 쿼드러플 캐스팅

입력 2011-01-27 14:08:28

작품의 완성도 높이는 안전장치로 스타'뮤지컬 배우 동시 캐스팅

최근 들어 뮤지컬 관객들이 공연을 선택하는 데 있어 '무엇을 볼 것인가' 외에 '어떤 배우의 공연을 볼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 작품 같은 배역에 여러 명의 배우를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제 더블 캐스팅(한 배역에 2명의 배우)은 기본이고 트리플 캐스팅(3명)을 넘어 쿼드러플(4명) 캐스팅 뮤지컬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뿐 아니라 국내 창작 뮤지컬, 소극장 뮤지컬에서도 유행처럼 행해지고 있다. 지난해 뮤지컬 '서편제' '궁' '영웅' '금발이 너무해' 등이 트리플 캐스팅으로, 뮤지컬 '모차르트', '쓰릴미', '지킬앤하이드', '삼총사' 등이 쿼드러플 캐스팅으로 공연됐다.

국내 뮤지컬계에서는 유난히 한 배역에 여러 배우를 캐스팅을 하는 일이 잦은 편이다. 이러한 현상은 스타마케팅과도 관련이 있다. 제작사 입장에선 투자 유치와 마케팅을 위해 스타가 필요하지만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스타 한 명으로 작품을 이끌어 나가기에는 위험부담이 뒤따른다. 그래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안전장치로 스타와 뮤지컬 배우를 동시에 캐스팅하게 된다. 여기에 방송 출연이 잦은 유명한 스타의 경우에는 더블 캐스팅으로도 일정 조정이 쉽지 않아 두세 명의 배우가 더 가세하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캐스팅은 다양한 취향의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고 3인3색, 혹은 4인4색의 다양한 공연으로 관객들의 반복 관람을 유도하기도 한다. 특정 배우가 공연하는 날 관객이 몰리는 관객쏠림 현상 등의 부작용도 있지만 같은 배역 여러 배우의 캐스팅은 분명 마케팅에 있어서는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캐스팅 수가 많아질수록 많은 연습시간이 필요하지만 우리의 제작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연습일정 조정조차도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한두 배우를 중심으로 연습이 진행되고 나머지는 따라하는 형식이 되는 경우가 많아 배우들로선 극과 무대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게 된다. 부족한 연습시간은 배우들 상호간의 교감에도 영향을 미치고 연출이나 스태프들도 각기 다른 배우들의 개성을 살리려다 보면 작품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아 자연히 작품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배역에 여러 명의 배우가 캐스팅되는 것만이 아니라 한 배우가 같은 시기에 여러 개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도 문제이다. 한 배우가 1주일에 3일은 A라는 작품의 B배역으로, 또 다른 3일은 C라는 작품의 D배역으로 출연하고 낮 시간 연습장에선 E라는 작품의 F라는 배우로 살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무리 연기력과 자기관리가 뛰어난 배우라 하더라도 이러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고 동시에 세 사람의 인생을 살다 보면 한 배역에 집중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이처럼 한 배역 여러 배우의 동시 캐스팅이나 한 배우의 여러 작품 동시 출연 모두 소위 '믿고 쓸 만한 배우'가 많지 않은 우리의 뮤지컬 제작 현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앤드의 경우에는 단일 캐스트가 기본이다. 배우의 사고 등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언더스터디(특정 배역의 대역 배우)와 스윙(한 작품에서 여러 배역이 가능한 배우) 등을 두고 있다. 현재 '아이다'가 옥주현 단일 캐스트로 가면서 외국의 제작 시스템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제 국내에선 단일 캐스트가 화제가 될 정도가 되었다.

한 배역 여러 명의 배우 캐스팅은 한국 뮤지컬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 될 수도 있고 한국 뮤지컬 시장의 특성으로 자리 잡아 갈 수도 있다. 이러한 방식이 가지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작품의 완성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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