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여러 추억 중 잊을 수 없는 것이 교복이다. 지난날 교복은 획일화와 통제의 상징이었다. 등교를 할라치면 교문 앞에서 상급생 규율 반장이 모자와 교복의 호크를 잘 채웠는지 일일이 검사를 했고 규정에 맞아야 통과할 수 있었다. 뻣뻣한 깃의 호크 하나라도 풀어 놓으면 불량 학생(?)으로 취급 받았다. 멋을 내려면 풀을 먹여 다림질한 옷깃에 단추 하나를 풀거나 몰래 잡은 치마 주름을 뽐내던 것이 고작이었다. 하굣길에 종아리까지 내려오던 치마를 무릎 언저리로 살짝살짝 접어 올리거나 넓은 바지폭을 좁히며 학생주임 선생님과 숨바꼭질하던 기억도 새롭다. 추억의 교복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색과 디자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10대들은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톡톡 튀는 교복 스타일로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교복의 변천사
교복 역사는 1904년 이화학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채택된 교복에는 속곳, 고쟁이, 버선까지도 포함되었다. 겉옷은 러시아산 무명으로 만든 다홍색 치마저고리였다. 1907년에는 숙명여학교에서 자주색 원피스와 분홍색 교모로 구성된 서양식 교복을 처음으로 입었다. 1919년까지 한복차림의 교복이었다가 1920년에 모든 교복이 양복으로 바뀌었다. 일제강점기부터 1983년까지 학생들은 배지와 이름표를 단 교복을 입고 머리를 짧게 깎은 채 학교에 다녔다. 1983년 교복'두발 자유화 조치로 인해 잠시 폐지됐으나 1980년대 후반부터 다시 교복을 입게 되었다. 이후로는 과거의 획일적이고 강제적인 교복이 아닌 학교의 자율에 맡겨 교복을 착용하고 있다. 대부분 학교는 교복을 양복으로 채택하고 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등 일부 학교에서는 교복을 한복으로 채택하고 있기도 하다.
◆톡톡 튀는 10대들의 교복 패션
요즘 10대들은 교복을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카메라에 익숙한 신세대들의 이미지 문화가 교복과 함께하고 있다. 이미지 문화에 민감한 중'고생들의 요구에 따라 교복 디자인도 변하고 있다.
1990년대 '다리가 길어 보이는 학생복'에서 2000년대 들어 다리 외에 허리가 날씬해 보이는 교복에서 건강미가 강조된 S라인까지 진화했다.
남학생 교복의 경우 상'하의 통을 줄여 활동적인 선을 강조했다. 스판덱스 소재의 옷감으로 몸에 꽉 붙게 입어도 스트레칭을 할 정도로 유연해졌다. 상의나 바지 모양도 여성스럽게 바뀌었으며 크기 또한 과거보다 작고 앙증맞다. 몸에 딱 붙는 스타일의 스키니진이 유행하고 있다.
여학생의 경우 A라인 치마와 짧은 상의로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치마 길이는 짧아지고 있다. 엘리트 남부점 김창열(54) 대표는 "학생들의 교복이 3, 4년 주기로 유행이 바뀌고 있다. 3년 전에는 일자로 똑 떨어지는 H라인의 치마로 무릎 밑 10㎝까지 내려갔으나 요즘은 무릎 위 3~4㎝까지 올라가는 A라인이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복 소재도 기능성을 갖추고 있다. 재킷은 스트레치 원단에 은사 함유로 정전기 방지 효과까지 곁들였다. 허리 양쪽에 있는 6개 버튼으로 허리 사이즈를 최고 5㎝까지 늘렸다 줄일 수 있는 기능성 스커트, 허리 안쪽에 고무밴드'양쪽단추'허리조절기가 각각 부착되어 숨 쉬는 것처럼 자유로운 바지, 집에서도 최대 3~4㎝까지 손쉽게 늘릴 수 있는 '매직 소매' 등이 선보이고 있다.
친구들과 외출할 때 멋을 내고 싶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여학생들은 멋에 더 민감하다. 그래서 선배들이 물려준 교복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박모(19) 양은 "등교할 때는 평상시 교복을 입고 외출 때에는 선배들이 물려준 교복을 짧게 한 다음 착용한다"고 귀띔했다.
◆드라마 속 스커트 '아슬아슬'
드라마 속 스커트가 무릎 위 10㎝까지 껑충 뛰었다. 2000년대 초반 무릎 위를 살짝 웃돌던 스커트 길이는 점점 짧아졌고 그 색상과 무늬도 화려해지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월화드라마 '드림하이'는 핑크색 체크무늬 스커트를 극중 교복으로 선보였다. 스커트 길이는 무릎 위에서 10㎝ 이상 올라갔다.
드라마 속 스커트 길이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짧아져왔다. 2001년 방영된 드라마 '학교'와 2003년 '상두야 학교가자', 2003년 '반올림1'의 교복 스커트가 무릎 위를 살짝 웃돌았다면 2006년 '반올림3', 2007년 '아이 엠 샘'의 치마 길이는 허벅지 중간까지 올라왔다.
디자인과 색상도 점점 화려해졌다. 부잣집 아이들이 다니는 사립고교 이야기를 담은 '꽃보다 남자'의 교복은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의 패션을 그대로 본뜬 '프레피룩'을 크게 유행시켰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공부의 신'은 연두색과 빨간색을 배합한 체크무늬 미니스커트, 짧고 화려한 상의를 선보였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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