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살처분이 최선?…"확산상황엔 부적절"

입력 2011-01-27 10:39:47

온통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동물전염병으로 난리다. 제주도와 전라도를 제외한 전국이 동물전염병 시름에 잠겨 있다. 구제역은 도대체 어떤 병이기에 두 달이 넘도록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을까. 구제역에 대한 궁금증을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한국 구제역, 언제부터?

구제역이 한국에 처음 발생한 것은 일제 강점기였던 1911년이다. 충청북도와 전라도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6개월 동안 구제역이 확산돼 당시 소 3만6천397마리가 감염됐다. 그 후 1933년 구제역이 한 차례 더 발생했으며, 1934년부터 2000년까지 국내에 구제역은 발을 붙이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는 2000년 3월 24일 경기도 파주의 젖소목장에서 66년 만에 구제역이 발생했고, 이어 2002년 5월 경기 안성시와 충북 진천군 등 2개 지역에서 구제역이 터졌다. 당시 정부는 살처분 처리로 그해 11월 29일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지위를 회복했다. 하지만 2010년 1월 경기도 포천을 시작으로 4월 인천 강화군에까지 확산된 구제역이 52일 간 이어지다 사라졌으며, 지난해 11월 안동에서 또 다시 구제역이 발생해 전국이 구제역에 시달리고 있다.

◆구제역 확산 원인은?

전문가들은 집단 사육 체계를 원인으로 많이 꼽고 있다. 좁은 우리에서 공장식으로 밀집 사육되는 체계에서는 가축들의 면역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 최동학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대구지부장은 "인공수정으로 태어나 좁은 우리에 갇혀 사료를 먹고 자라다 보면 가축의 면역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좁은 공간에서 수백 마리의 소, 돼지가 함께 사육되는 것도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최 지부장은 "예전에 비해 대외 교역량이 크게 늘었고 국내외 여행객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중국이나 베트남 등 구제역 발생 국가를 여행하는 것으로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신을 맞은 가축도 구제역에 걸리나?

전문가들은 백신을 맞은 소와 돼지도 구제역에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백신 항체가 형성되는데 최소 14일이 걸리고 2차 접종까지 해야 항체가 80~85% 정도 형성되기 때문.

김기석 경북대 수의대 교수는 "백신을 투여한다고 해서 항체가 바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1차 접종이 완료된 시점에서 백신 투여 속도보다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빠르면 백신을 맞은 소와 돼지도 구제역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백신이 생산되지 않는 것은 개발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책의 문제라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말했다. 검역원 관계자는 "청정국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방역 정책에 따라 한국에서 백신을 생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살처분이 능사인가?

살처분 작업에 참가했던 수의사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구제역에 걸린 가축 숫자가 적을 때는 살처분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지금처럼 구제역이 확산된 상황에서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2002년과 지난해 발생한 구제역에서 매몰 처분만으로 구제역을 종식시킨 경험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 안동과 대구 북구 연경동의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수의사 구건룡(48) 씨는 "안동 축산 농가에서 소, 돼지 10만여 마리가 살처분됐을 때 반경 10㎞ 이내에 백신을 투여하는 쪽으로 방역 정책을 바꿨어야 했다. 정부가 살처분 처리만 고집하다가 백신 투여 시기를 놓쳐 사태가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축산 농가에서 자가 진료가 가능하도록 돼있는 현행 수의사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씨는 "검역원이 25일 발표한 중간 역학조사에서도 안동의 구제역 의심 신고가 실제보다 10일 정도 늦어졌다고 한다. 축산 농가에서 스스로 가축을 진료하다 보면 구제역 신고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구제역은 초기 방역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진료를 맡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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