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성의 미국책 읽기] '설득 가능한 유권자'

입력 2011-01-27 08:00:45

유권자 성향 맞춘 '메시지'가 승패 좌우

#선샤인 힐리거스 외 저(2008, 프린스턴대학 출판부)

설득할 수 있는 유권자는 누구인가?

정치는 기술적으로 말한다면 '숫자 게임'(number game)이다. 누가 얼마만큼의 지지자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누가 얼마만큼의 권력을 행사하느냐가 결정된다. 이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다. 강제나 폭력 행사 없이 자발적인 동의에 의해 개인의 선호가 표현되는 조건 하에서, '다수의 선호'를 '전체의 결정'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개인들의 동의를 통해 다수의 선호를 획득하는 유일하게 합법적인 방법은 '설득'이다.

그러나 설득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잣대로 이런저런 세상의 주장들을 평가한다. 공동체의 여러 문제에 대해 관심과 지식이 많은 사람들은 좀처럼 자신의 생각과 다른 주장에 현혹되거나 설득되지 않는다. 이들은 변호사 스타일의 결정을 한다. 즉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그를 뒷받침하는 논리와 사실을 모으고 나머지는 무시하거나 버린다. 대부분의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이러한 스타일의 결정을 선호한다. 이들 사이에 합의가 어려운 이유다. 정치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이들에게 있어 정치'사회 문제는 자신들의 생활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남'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남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일시적으로 이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이들은 일관된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메시지로 누구를 설득할 것인가? 선샤인 힐리거스 하버드대학 정치학과 교수의 저서 '설득 가능한 유권자'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저서에 따르면 우선 다양한 유권자의 선호를 세밀하게 분류하고 이들의 선호에 맞게 최적화된 메시지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2004년 선거에서 부시(George W. Bush) 후보는 세분화된 유권자 집단에게 75개의 서로 다른 캠페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더불어 사회적 갈등이 격렬한 이슈들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설득 효과가 크다. 특히 지지하는 정당이 있지만 특정 이슈에 있어서는 그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예컨대 낙태에 반대하는 민주당 지지자나, 한국의 경우라면 4대강 정비 사업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지지자 혹은 보편적 복지에 반대하는 민주당 지지자)를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회적 갈등이 격렬한 이슈들에 대한 정당 간 경쟁이 합의로 아름답게 마무리되기 어려운 이유다.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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