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철 감독의 '좋지 아니한가'(2007년·사진)는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다. 교사인 아버지는 고개 숙인 중년남이고 엄마는 젊은 총각에 대한 묘한 감정으로 흔들린다. 아들은 늘 자살을 꿈꾸고, 딸은 미스터리한 사차원이다. 무협지 작가인 이모는 이 집안에 얹혀 겨우 밥 얻어먹고 산다.
모두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종합사고뭉치세트인 가족이다. 어느 날 이 콩가루 집안이 드디어 폭발한다. 아빠가 우연히 길에서 만난 여학생을 도와주다 원조교제 교사로 찍혀 인터넷을 달군 것이다. 학교는 난리가 나고, 집안도 풍비박산 직전까지 간다.
그러나 더 큰 위기에서 이들은 하나가 된다. 어느 날 외식을 나갔다가 강아지문제로 이웃과 싸우게 된 것이다. 집안 대 집안의 싸움. 이때만큼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합심한다. 콩가루가 뭉치면 든든한 반죽이 된다.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흐르는 강물처럼'(1992년)은 가족에 대한 존재와 사랑을 사색적으로 그린 영화다. 낚시와 삶, 자연과 가족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넓게 보면 삶의 성찰, 자연의 경외심을 담고 있지만, 스토리는 형제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같은 DNA를 가지고 있지만 늘 판이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형제다. 형 노만(크레이그 셰퍼)은 아버지의 삶을 그대로 빼닮았다. 유머도 없고, 조용히 사색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동생 폴(브래드 피트)은 도전적이고, 격을 파괴하며, 늘 일탈을 꿈꾼다. 백인만 출입하는 카페에 인디언 처녀를 데려가고, 도박하고, 술 마시고,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탈은 늘 위험을 동반하듯, 폴은 결국 주검으로 돌아온다. 총에 맞아 골목에 버려진 동생, 형은 "손뼈가 다 부러졌다"고 아버지에게 전한다. 그러자 아버지는 조용하게 묻는다. "어느 손이냐?" "오른 손이요." 아버지는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들의 죽음조차 낚시와 연결시킨 아버지의 애절함이 잘 묻어난다.
아들의 주검 앞에서 목사인 아버지는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는 여전히 사랑합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완전히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명절이 되어 모이면 늘 티격태격 싸우지만, 그래도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는 것이 가족이다. 완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는 이유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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