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구제역 칼바람' 전통시장…설 경기도 '박멸'

입력 2011-01-26 09:13:03

장터 입구 소독시설…인근 주민들 나들이 꺼려 매출 작년比 크게줄 듯

설 대목을 앞두고 폐쇄됐던 경북 지역 일부 전통시장들이 재개장하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경주시 건천읍 건천장을 찾은 상인과 주민들이 구제역 소독발판을 이용해 신발을 소독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설 대목을 앞두고 폐쇄됐던 경북 지역 일부 전통시장들이 재개장하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경주시 건천읍 건천장을 찾은 상인과 주민들이 구제역 소독발판을 이용해 신발을 소독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5일 오후 경북 경주시 건천읍 건천 5일장. 구제역 확산 우려로 폐쇄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문을 연 장터에 상인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설을 앞두고 전통시장 중 일부가 재개장하면서 제수 준비에 나선 주민들과 설 대목을 맛보려는 상인들이 칼바람을 뚫고 시장을 찾았다.

여기저기서 흥정이 이어졌지만 아직 예년의 설 명절에 비해서는 분위기가 다소 무거웠다. 구제역 여파에 매서운 추위까지 겹친 탓이다. 오랜만에 장터를 찾은 상인들은 서로 안부를 묻거나 단골손님들에게 구제역에 피해를 입진 않았는지 물어보기에 바빴다. 직접 재배한 배를 팔러 나온 황영수(73·여) 씨는 "구제역으로 5일장이 폐쇄돼 팔지 못했던 배 중에서 굵은 것만 골라 나왔다"며 "설 대목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통에 힘없는 농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시 열린 장터에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소독 작업도 병행됐다. 건천장터 한가운데 설치된 구제역 소독발판은 오가는 손님들과 상인들로 금세 때가 탔다. 한우 5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이송자(75·여)씨도 조심스레 소독 발판에 신발 바닥을 문질렀다. 이 씨는 "한동안 외출을 자제하던 터였지만 명절을 그냥 보낼 수는 없어 애써 장에 나왔다"며 "불안한 마음으로 장에 왔는데 마침 소독 발판이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권해숙(50) 건천읍사무소 산업담당은 "전통장을 폐쇄하면 오히려 멀리 나가야 하기 때문에 구제역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다음 장날에는 차량 소독 장비를 갖추고 외지에서 들어오는 차량 소독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구제역 찬바람은 여전히 숙지지 않고 있다. 잠정 폐쇄됐던 전통시장 중 일부가 재개장하고 제수 준비를 하는 손님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그러나 구제역 확산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걱정이 여전하고 상인들도 매출 감소를 호소하고 있어 활기찬 옛 모습을 회복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형편.

경상북도에 따르면 잠정 폐쇄됐던 47개 경북지역 전통시장 가운데 봉화군의 봉화·춘양장과 경주시 안강·건천·서면장, 영양군 영양장 등 6곳이 다시 문을 열었다.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고 명절 제수준비를 위해 먼길을 가야 하는 지역 주민들을 배려한 조치다.

제수 준비를 위해 건천장을 찾은 서정숙(61·여) 씨는 "구제역 예방 차원에서 외출과 모임을 가급적 피하고 있지만 명절을 건너뛸 수는 없는 일"이라며 "막상 장에 나오긴 했지만 마음까지 편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대구의 대형 전통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구 인근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는 칠성시장과 서문시장의 경우 구제역 전염을 막기 위해 상주나 김천, 성주 등 대구 인근 지역 주민들이 이동을 꺼리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부쩍 줄어들었다. 상인들은 예년에 비해 10~20% 이상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상철 칠성시장 상인회장은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발이 묶이면서 예전처럼 설 대목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이미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10% 이상 떨어진 상황"이라며 "하지만 봄이 되면 다시 예전의 시장 분위기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희망을 얘기했다.

축산물을 취급하는 상인들도 큰 타격을 받고 울상을 짓고 있다. 서문시장에서 한우전문점을 운영하는 유순옥(56·여) 씨는 "명절 특수가 가장 수입이 큰데 올해는 구제역이 계속되고 있어 걱정"이라며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20%는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장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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