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졌지만… 한국축구 '젊은 피' 새 희망 보았다

입력 2011-01-26 08:14:13

일본과 연장접전 끝 아쉬운 승부차기 패배…28일 우즈벡과 3,4위전

51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던 한국 축구대표팀이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숙적' 일본에 져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한국은 25일 오후 10시 25분 카타르 도하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120분간의 혈투에서 2대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 나섰다가 0대3으로 져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1960년 2회 대회 우승 이후 51년 만에 돌아온 아시안컵 정상 탈환의 기회를 놓쳤다. 일본은 우즈베키스탄을 6대0으로 대파한 호주와 29일 자정 결승전을 갖고, 한국은 28일 자정 우즈베키스탄과 3, 4위전을 펼친다. 한국은 3, 4위전에서 이겨야만 2015년 호주 아시안컵 본선 자동진출권을 따낼 수 있다.

이날 양 팀은 '아시아축구 최강'이란 자존심을 걸고 일진일퇴의 피 말리는 공방을 펼쳤다. 한밤 TV중계를 본 국내 축구팬들은 경기를 보다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한국은 전반 23분 박지성의 돌파로 얻은 페널티킥을 기성용이 성공시켜 1대0으로 앞서갔지만 전반 36분 일본의 마에다 료이치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에도 양 팀은 치열한 중원 싸움 속에 골을 노렸으나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연장에서 먼저 웃은 건 일본이었다. 일본은 연장 전반 7분 황재원의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2대1로 승부를 뒤집었다. 키커로 나선 혼다 게이스케의 슈팅이 골키퍼에 맞고 흐르자 호소가이 하지메가 쏜살같이 뛰어들어 차 넣었다.

하지만 한국은 연장 후반 15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터진 황재원의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황재원은 불필요한 반칙으로 일본에 역전 페널티킥을 내준 장본인이어서 이날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로 한국은 좋은 분위기를 가져갔지만 승부차기에서 구자철-이용래-홍정호가 연속으로 실축,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한국은 8강전에서의 연장 승부로 체력이 떨어진 탓인지 경기 초반 일본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밀려 주도권을 내줬다. 한국은 경기 시작 6분 만에 코너킥을 3개나 허용하는 등 일본의 짧고 강하고 빠르면서도 정확한 패스, 강한 압박, 날카로운 측면 돌파 등에 경기 내내 고전했다. 일본은 한 박자 빠른 볼 처리와 패스워크를 앞세워 중원을 장악했고, 측면 돌파에 이은 '명품' 크로스를 선보이며 한국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들어 지동원을 빼고 홍정호를 투입, 미드필드 진용을 강화한데다 일본의 체력도 떨어지면서 경기 주도권을 잡았고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끝까지 템포 빠른 축구를 구사하며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한국은 비록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새로 수혈한 '젊은 피'들의 맹활약으로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한국 축구의 새 시대를 열고 2014 브라질 월드컵의 희망을 밝혔다.

한편 호주는 이날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준결승에서 10명이 싸운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무려 6골을 쏟아내며 6대0 대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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