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전통주 소믈리에' 1호 최규택 씨

입력 2011-01-25 10:23:14

지난해 12월 26일 농촌진흥청에선 우리나라 전통주의 저변확대와 세계화를 위한 '제1회 전통주 소믈리에 선발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전통주 소믈리에 12명이 선발됐다. 그 중 대구에서는 유일하게 금복주㈜ 기술연구소에 근무하는 최규택(34) 연구원이 포함됐다.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전통주가 있는 나라도 드물죠. 웬만한 전통주는 모두 시음해봤다고 자부하는 저도 아직 문헌상 존재하는 전통주와 각 가정마다 전해오는 가양주의 수는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최 씨가 근무하는 금복주 기술연구소 안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자사 및 타사 소주제품은 물론 막걸리, 맥주, 와인, 보드카 등 전 세계의 술이 가득 차 있었다.

"소믈리에 자격증은 무엇보다 술에 관한 연구를 하기에 필수적인 자격증이라고 할 수 있죠. 술은 상당히 과학적 요소가 숨어 있는데 이를 모르고는 제대로 된 맛의 술을 만들기란 힘들기 때문이죠."

최 씨는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선 천연 약물학을 전공한 후 스스로 애주가라고 생각했기에 전공과 애주의 취향에 맞는 직업을 골라 금복주㈜ 기술연구소에 입사했다. 그는 현재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뿐 아니라 일본의 사케 소믈리에 자격증도 취득했다.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만 더하면 술에 관한 자격증은 모두 갖추는 셈.

"술맛을 볼 때는 주종에 상관없이 항상 와인잔을 사용하죠. 맛을 보자면 소주 한 잔으로는 양이 모자라기 때문에 맛과 향을 동시에 음미할 수 있는 와인잔이 편리하죠."

금복주㈜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은 하루 평균 소주 3, 4병의 술을 마신다. 물론 목으로 넘기는 것은 아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정확한 맛을 알 수 없으므로 평소 몸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일본의 사케는 한 병에 수천원에서 수백만원 하는 것이 있는데 그 이유는 술에 대한 스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서 어떤 벼로 어떤 품종을 사용했고 그 해 날씨는 어떠했으며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그 사케를 마시게끔 하는 원동력이죠."

최 씨는 우리 전통주에도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입히면 얼마든지 명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의 목표는 전 세계 어디를 내놔도 훌륭할 수 있는 있는 술을 만드는 것.

"술이란 단순히 취하기보다 술의 맛을 즐기고 사람과 사람이 정을 나눌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술을 이용한다면 술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큰 보람이죠."

최 씨는 한 잔의 술을 마시더라도 그냥 "여기 소주 한 병 주세요"라기보다는 "어떤 소주 한 병 주세요"라고 주문한다면 그는 이미 '소믈리에'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글·사진 조보근시민기자 gyokf@hanmailnet

멘토: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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