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체험활동 봄바람 타고 훨훨

입력 2011-01-25 07:08:34

대구시 교육청 3월 새학기부터 확대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부터 창의적 체험활동이 본격 도입돼 교육 현장에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선보일 전망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부터 창의적 체험활동이 본격 도입돼 교육 현장에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선보일 전망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이 올해부터 학교 현장에 본격 도입된다. 이에 따라 3월부터 초교 1·2년과 중학교 1년, 고교 1년생에 대한 체험형 교육이 확대된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해당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위해 어떻게 설계하고 활동해왔는가를 나타내는 '진로 이력'과 직결된다. 이런 점에서 최근 강조되는 입학사정관 전형과 맞닿아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이 도입되면 교육 현장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까. 또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좋을까.

◆학교 생활, 이렇게 달라졌어요

"학교 가는 게 신나고 재미있어요. 선생님, 친구들과도 더 가까워진 것 같고요." 대구 죽곡초등학교 임지민(6년) 양은 지난 한 해 학교 가는 게 너무 즐거웠다고 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대구시교육청이 선정한 20개 창의·인성 선도학교 중 한 곳이다.

지민이는 예년처럼 학년 단위가 아니라 학급별로 체험 현장을 방문한 덕분에 수업 집중도도 높아지고 선생님, 친구들과 더 친해졌다고 했다. "뮤지컬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학교에서 뮤지컬 '팥죽할멈과 호랑이'를 본 것, 작품과 전시 작가들에 대해 미리 공부한 뒤 찾았던 가창 동제미술관 방문이 기억에 남아요."

창의적 체험활동은 기존에 운영되던 특별활동과 재량활동을 하나로 묶었다. 창의·인성 교육을 위한 교과 이외 활동으로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 4개 영역으로 구성됐다. 자율활동은 학급회, 학생회 등 자치활동과 각종 행사활동 등을 포함하며 직업 체험, 직업정보 탐색 등은 진로활동에 속한다. 시 교육청은 3월 새 학기부터 초교 1· 2년과 중 1년(주당 3시간), 고 1년생(주당 4시간)에 적용하고, 내년에는 초교 3·4년과 중 2년까지, 2013년에는 전 학년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죽곡초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맡은 배근범 교사는 "도예, 국악기 제작 등 체험활동 후 작성한 소감문을 두고 아이들과 의견을 나누다 보면 아이들의 생각이 부쩍 자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소규모인 학급 단위로 움직이게 돼 더 많은 곳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교사들도 아이들과의 접촉이 잦아져 한결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창의·인성선도학교로 지정된 관천중은 동아리 활동이 꽃을 활짝 피웠다.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 축구와 음악, 독서토론, 댄스 등 10개 동아리를 만들었더니 너도나도 참가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 학교 독서토론동아리 '굴렁쇠' 회원 우나영(3년), 권한솔(2년) 양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말하기와 글쓰기 능력이 부쩍 향상됐다고 자랑했다. 주말 오후를 독서와 토론으로 보낸 결실이 나타난 것이다.

동아리 활동이 상급학교 진학 시 전형자료로 쓰인다는 말에 솔깃해 참가한 한솔이는 토론에 재미를 붙이게 돼 올해도 굴렁쇠 회원으로 활동할 생각이다. "낯선 사람들 앞에 나서 글을 발표하고 의견을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이젠 자신감이 붙었어요. 올해는 토론 전에 더욱 꼼꼼히 책을 읽는 등 철저히 준비해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 볼래요."

나영이는 지난해 읽고 토론한 책 6권 중 18세 소년이 연극 동아리 활동을 통해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 '스프링 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청소년 성장기를 그리면서 과열된 입시경쟁까지 비판한 점에 공감이 갔어요. 교과서와 참고서 외에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는데 이젠 책 읽는 재미를 붙였습니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계속 독서토론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이 학교의 창의적 체험활동이 성공적으로 정착됐다고 평가되고 있는 데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호응이 더해진 덕분이다. 굴렁쇠를 지도한 윤이나 교사는 "축구, 음악동아리에는 각각 축구선수, 드러머 출신이 강사로 나서는 등 학부모들이 팔을 걷고 힘을 보태 큰 도움이 됐다"며 "교과 수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으로 학교에 다니는 것이 즐거워지면 학생들의 성취도도 올라가기 마련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창의적 체험활동, 어떻게 뿌리내리나

시 교육청은 3월 새 학기에 맞춰 시 교육청 홈페이지(dge.go.kr)를 통해 체험장과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등 창의적 체험활동 운영체계를 만들고 있다. 교과부가 '창의체험 통합 정보넷'(crezone.net)을 열고 있으나 지역 학교와 학부모가 보다 쉽게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 적극적으로 '교육 기부'를 요청하고 있다.

시 교육청에 따르면 학생 개개인의 창의적 체험활동 이력은 교과부가 학생 스스로 활동을 적고 관리할 수 있도록 마련한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edupot.co.kr)에 차곡차곡 모인다. 학생들은 교사의 확인과 보완 과정을 거친 뒤 기록하기 때문에 이 같은 포트폴리오는 입학사정관들에게 학생 평가의 주요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곳 창의인성교육담당 배인숙 장학관은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보내오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소개된 외부 행사 프로그램에 참가하거나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미리 검색해 보는 것이 창의적 체험활동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라며 "활동 후 자녀와 소감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 보면 활동내용을 보다 알차게 적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학교에서 비교과 영역을 파행 운영해온 현실을 깨려는 노력과 함께 지역 사회 전체의 도움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역 인재를 제대로 키워보자는 목적 아래 체험장 확보와 프로그램 제공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창의적 체험활동 지원단'에 따르면 그동안 대학 입시를 빌미로 비교과 영역 시간이 자율학습 시간으로 변질되는 일이 흔했을 뿐 아니라 안전 사고와 비용 문제로 현장 체험을 기피하는 일도 흔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소 1천 개 체험장 확보나 관련기관의 협조를 얻는 일도 쉽지 않았다. 김차진 지원단장은 "자라나는 세대를 진취적, 개방적으로 기르면 닫힌 도시 대구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자체와 공공기관, 대학, 기업들이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교육기부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체험 장소와 프로그램 제공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창의적 체험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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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rezone.net ㅣ 창의체험통합정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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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edupot.go.kr ㅣ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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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ofac.or.kr ㅣ 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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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work.go.kr/youthㅣ 청소년워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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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yci.or.kr ㅣ 한국청소년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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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jinhak.dge.go.kr ㅣ 대구시교육청 진학진로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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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gyo6.net ㅣ 경북교육포털서비스 내친구교육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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