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저자의 책 600권! 한자리에 어린 학생들의 저서가 무려 600권이나 펼쳐져 있다니? 그 장소가 출판사나 서적상이 주최한 도서 박람회가 아니라면 더한층 어리벙벙해질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실제로 2009년 12월 9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열린 '책 축제'에서 이런 장면이 연출되었다. 모르긴 해도 이런 프로젝트가 따로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오직 대구의 교육계만이 누리고 있는 지적 향연임에 틀림없다. 이 행사는 대구 교육계의 대단한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시대의 석학 김열규 교수님이 쓴 '공부'라는 책에 나오는 대구 책축제 관련 내용이다. 김열규 교수는 '공부'라는 책 235쪽 중에서 5쪽에 걸쳐 대구의 책쓰기 교육에 대해 써놓았다. 흔치 않는 일이다. 출판사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교수님이 책쓰기 교육에 너무 감명을 받아 출판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력히 고집하여 책에 넣었다고 한다.
우리 교육청은 2009년부터 독서 운동과 글쓰기 운동을 통합하기 위해 '학생 저자 10만 양성'을 비전으로 내걸고, 학생을 대상으로 1인 1책 쓰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9년에 3천981명 이상이 학생 저자로 태어났으며, 2010년에는 575개의 책쓰기 동아리에 1만여 명의 학생들이 책쓰기 활동에 참여했다.
학교의 책쓰기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10단계의 책쓰기 수업을 설계하고, 이를 연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교원 8천 명에게 이미 연수를 실시했다. 연수 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책쓰기 워크시트도 9종을 개발하여 보급하였다.
해마다 연말에는 학생들이 쓴 책을 전시하는 책축제를 개최하고, 우수 작품을 공모하여 출판비도 지원한다. 2009년 연말에는 2천만원의 출판비를 지원, 2010년 6월 10권의 책이 정식으로 출판되어 판매되고 있다. 얼마 전에 출판사에 알아 보니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600만원 정도의 이익이 났다고 한다. 앞으로 학생 저자의 작품을 디지털화하여 북스토아를 만들고, 이용자들이 이를 보기 위해서는 100원 정도를 지불하게 해 이 돈을 모아 소외 계층에 지원하는 사업도 구상 중이다.
26, 27일 이틀간 지난 2년간의 책쓰기 운동의 성과를 고양의 킨텍스에서 열리는 100개 교육과정 우수학교 전시회에서 특별관을 통해 전국에 공개한다. 이 운동을 대구만의 운동이 아닌 대한민국을 바꾸는 문화운동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다.
대구는 구국 운동의 일환으로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그로부터 100여 년 후 지식정보화사회 문화운동인 책쓰기 운동이 역시 대구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일에 최고는 잊히지만, 최초는 기억한다고 한다. 이번 공개를 통해 대구의 책쓰기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더라도 '책쓰기 운동의 발상지는 대구'라는 사실은 영원하기를! 교육청 마당에 '책쓰기 운동 발상지' 라는 표석이 세워지고, 최초로 책쓰기 연수를 한 대구 동중도서관이 책쓰기 연수 장소로 스토리텔링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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