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 위, 가지각색 인간군상의 표정
강을 건너는 도선 안에서 펼쳐진 풍경을 화면 가득 담았다.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과 태도가 마치 나룻배를 무대로 펼치는 무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거기다 사실적이지 않은 단순화하고 축약된 묘사로 더욱 풍부한 설명을 함축한 조형적 감각도 뛰어나다.
모두 제각각인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외지로 출입을 하는 갓 쓴 두 노인이 점잖게 먼저 뱃머리 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 뒤로는 말없이 고개를 묻고 있는 사람을 비롯해 대개 근심을 지닌 사람들마냥 우울해 보이는데 뱃전에 쪼그려 앉은 한 소년만 무심한 듯 물빛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다.
익살스러운 표현들도 눈에 띈다. 엄마를 조르는 아이 앞에서 물건을 팔려고 버티고 서있는 모자의 챙을 한쪽으로 돌려쓰고 행상을 하는 소년의 모습이나 광주리에 가득 과일을 인 여인의 등에 업힌 아이가 뒤로 한껏 뻗대며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모습은 쓴웃음을 짓게 한다. 홀로 외따로 앉아 턱을 괸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남자와 그 옆에서 지나는 물살에 손을 넣어보는 한 꼬마의 호기심 어린 행동도 재치 있게 대비되고 있다.
긴 삿대로 배를 미는 청년은 아직 수습생의 티를 다 벗지 못한 젊은 조수 같다. 뒷짐을 진 채 뱃전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는 이가 이 배의 사공인데 이런 갖가지 유형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은 작가가 남긴 수많은 스케치들에 의해 가능했다. 그 가운데 나루터의 소묘도 발견되는데 그런 바탕 위에 각 인물의 전형이 탄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중앙에 큰 밀짚모자를 쓴 인물은 무엇으로 힘들어하는 아들을 붙들듯 등을 감싸 안고 있다. 저마다 다른 상징들은 풍성한 사연들을 들려주지만 자칫 그림의 질서를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신 인물들의 개성 있는 태도와 모습을 한정된 색채로 제한시키는 매우 인상적인 구도를 취했다. 특히 배경의 노란색이 결코 산만하지 않게 전체를 통일시키고 있다.
피부와 얼굴색은 모두가 새카맣고 눈만 하얗게 강조한 과장도 양식상의 일관성을 부여한 유머와 위트 넘치는 표현이다. 태양에 그을린 모습이기도 하겠거니와 퀭한 두 눈만 끔뻑거리는 가난한 시대의 리얼리티를 더없이 잘 구현했다. 바로 50년대 우리의 자화상이면서 양식적으로도 매우 참신한 시도와 성취로 여겨져 작가의 대단한 감각과 기량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대구의 서쪽을 흐르는 낙동강에는 달성이나 고령 양쪽을 오가는 여러 곳에 도선장이 있었다. 한때 달성군청에 근무했던 이력도 지닌 작가의 애정 어린 관찰이 빚은 현대의 탁월한 풍속화다.
김영동(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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