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호남에 효도해야"
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입지 논란이 민주당으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충청권의 세종시와 영남지역 간 입지 논쟁이 벌어진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당도 세종시와 광주시 간에 유치 논쟁이 일어 있어 당 지도부와 호남 민심간 미묘한 신경전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내 과학벨트 유치 논쟁은 손학규 대표가 '호남 양보론'을 꺼내 들면서 촉발됐다. 손 대표는 이달 21일 광주에서 열린 정책협의회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의 주인인 광주가 대승적 견지에서 충청을 크게 안아 달라"며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지지를 공식화했다. 손 대표는 이어 "과학벨트 관련해서는 원칙과 신뢰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각 시·도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원칙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텃밭 양보론'을 주장했다.
손 대표가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에서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를 꺼내든 것은 대통령의 공약이행과 당론이라는 원칙과 명분을 내세워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 온 충청도 표심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전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비호남 출신으로서 이번 기회에 당 심장부인 호남에 끌려 다니기 보단 명분과 실리를 내세워 호남세를 이끌어 보려는 계산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호남 양보론에 대한 광주 민심은 손 대표의 생각과는 좀 다르다. 비공개로 진행된 협의회에서 강운태 광주시장은 손 대표가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를 당론으로 못 박은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 시장은 "충청권 못잖게 호남도 중요하다. 민주당이 사력을 다해 충청권 최대 현안인 행복도시를 지켜낸 것 아닌가"라며 "흔히 광주와 민주당의 관계를 부모-자식 관계로 비유하는데 부모는 항상 자식이 잘되길 학수고대하지만 자식도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고 효도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섭섭한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결국 이날 협의회는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로 당론을 정한 민주당과 광주유치를 주장해온 광주시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이견만 확인한 채 막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민주, '尹 40%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고발 추진"
尹 탄핵 집회 참석한 이원종 "그만 내려와라, 징그럽다"
"尹 영장재집행 막자" 與 의원들 새벽부터 관저 앞 집결
尹 탄핵 정국 속 여야 정당 지지율 '접전'…민주 37% vs 국힘 36.3%
공수처장 "尹 체포영장 집행 무산, 국민들께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