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혈액 검사와 같이 비교적 간단한 방법도 있고, 인체의 생리학적 화학적 기능적 영상을 3차원으로 나타낼 수 있는 양전자단층촬영(PET)과 같은 비싼 방법도 있다. 돈 안 들이고 가장 간단하게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걸음걸이다.
걸음걸이는 인체가 얼마나 잘 기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근육과 관절이 튼튼해야할 뿐 아니라 내장기관의 기능도 정상이어야 바른 자세로 빠르게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체의 어느 한 부분에 문제가 있으면 걸음걸이가 이상해지고 걸음 속도가 느려진다.
세계 각국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들은 65세 이상 노인들의 걸음걸이 속도를 보면 얼마나 오래 살지를 알 수 있다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미국의사회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1986년부터 2000년까지 노인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9개의 대규모 연구를 분석한 결과다. 예컨대 75세에서 84세 사이의 남성들 가운데 초당 1.4m 이상의 걷기 속도를 가진 사람은 10년 더 생존할 확률이 92%나 되지만 초당 0.4m로 걷기 속도가 느린 노인 경우 생존 확률이 15%에 불과했다.
여성들도 걷기 속도가 빠르면 10년 더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다. 걷기 속도가 느린 여성 노인들도 10년 더 생존할 가능성이 남성보다 높은 35%였다. 걷기 속도와 건강 상태가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여럿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관련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인들이 얼마나 빨리 걸을 수 있는가는 여러 가지 신체기관이 얼마나 잘 기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근육과 관절에 이상이 없어야 할뿐 아니라 심장, 폐, 위장, 간, 소장, 대장 등 신체기관의 기능도 정상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혈액 순환도 괜찮고 뇌를 비롯한 신경시스템도 잘 작동되어야만 빠르게 걸을 수 있다.
물론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걸음걸이가 느린 노인이 연습을 통해 빠르게 걷는다고 해서 더 오래 사는 것은 아니다. 또 건강하지만 원래부터 천천히 걷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걸음걸이가 느리다고 해서 수명이 단축되는 것은 아니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어서도 빠르게 걷는다면 신체의 각 기관이 건강하고 정상적이기 때문이며 그런 사람들이 장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흔히 노인들을 보고 '정정 하십니다'라는 말을 한다. 몸이 곧은 나무처럼 바르고 건강하다는 얘기다. 정정한 노인들은 걸음걸이도 당당하고 걷는 속도도 젊은 사람에 뒤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평소 건강하던 노인이 갑자기 걷는 속도가 늦어진다거나 걷는 모양새가 이상하거나, 바른 자세에 변화가 있다면 신체 어떤 부위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는 의사의 진찰과 검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사(meda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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